기술씨름의 1인자로 명성을 날렸던 한라장사 이기수(45) 트라스포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요즘 수화에 푹 빠져 산다. 사실 이 대표는 지체장애 6급이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무릎 등 총 5차례의 다리 수술과 아킬레스건 파열로 장애인 등급을 받은 그는 누구보다도 장애인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제7회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농아인 경기대회(5월26~6월2일)의 총괄 본부장을 맡은 그를 27일 중구 충무로에서 만났다.
사업 노하우로 첫 국제대회 입찰 성공
이 대표는 2006년 트라스포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씨름 시범단 등 다양한 체육행사와 지역축제 유치 등으로 기반을 잡은 트라스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30개국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의 공개 입찰을 따낸 것. 이 대표는 "그 동안 단일행사는 많이 해봤지만 14개 종목(시범 종목 포함)으로 진행되는 국제대회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괄 본부장을 맡은 그는 개ㆍ폐막식 기획과 연출을 포함해 전체적인 대회 진행을 돕는다.
6년 동안 갈고 닦은 사업 노하우가 아태 농아인 경기대회 입찰을 따내는 데 도움을 줬다. 이 대표는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입찰하는 게 필수다. 입찰 전에 농아인 체육대회를 직접 보고 대만 농아인올림픽의 영상을 본 게 도움이 됐다"며 "아무래도 농아의 특성을 알고 거기에 맞는 기획을 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입찰을 따냈지만 예산 부족으로 대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래 4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11억5,000만원으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1개 종목을 진행하는데 드는 예산으로 14개 종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회에 필요한 용품도 지원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국제대회인데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진정한 스폰서가 아니겠는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는데 경기장에 와서 격려해준다면 농아인들에게 큰 도움을 될 것이다."
5개 명함, 꽉 찬 스케줄, 매출 20~30억원
이 대표는 '잘 나가는 사업가'다. 올 12월까지 스케줄이 이미 꽉 차있다. 그는 "4, 5월이 가장 바쁘다. 씨름대회와 동창회 체육대회, 지역축제들이 몰려있다. 여름에는 해변축제가 몰려있기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명함도 5개나 있다. 트라스포의 대표이사인 그는 대한씨름협회 홍보ㆍ섭외위원장, MBC ESPN 해설위원, 아태 농아인 경기대회 총괄 본부장, 서울시 장애인수상스키 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명함이 많다 보니 현역 때보다 더 바쁘다. 그는 "씨름대회만 1년에 100개가 넘는다. 씨름장의 음향 시설과 해설 등을 담당하고 있으니 쉴 새가 없다"며 "현역 때는 4개월 정도는 집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2개월 정도로 줄었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아들이 전화가 와서 우리 집에 제발 오세요'라고 얘기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뛴 만큼 성과도 있다. 2006년 5,000만원이 전부였던 연매출이 20억~30억원으로 늘어난 것. 전문 치어리더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입찰ㆍ사업 설명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곳에 가면 나이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업에 열중하고 있지만 마지막 목표는 씨름 지도자다. "마음의 고향이 씨름이다. 지금은 때가 되지 않았지만 씨름이 예전처럼 인기를 얻고 혜택을 받는 순간이 오면 후배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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