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총선 후보직 사퇴를 전후해 느닷없이 '경기동부연합'을 둘러싸고 벌어진 색깔 공방이 27일엔 잦아드는 듯하다. 국민의 고달픈 삶을 어루만지겠다던 정치권이 주사파, 종북이니 색깔론이니 하며 얼굴 붉히는 모습은 코미디다.
그런데 기왕 논란이 됐으니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선 경기동부연합은 보수진영의 바람과는 달리 주체사상을 신봉하며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이 아니다.
경기동부연합의 모태는 80년대 후반 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론을 거부하고 대중노선을 채택한 경기 성남과 용인 지역 등의 노동ㆍ학생운동세력이다. 이들은 1991년 전국연합으로 모였던 민족해방(NL)계열 지역조직 중 가장 먼저 정당 활동을 고민했고, 2000년 1월 민중민주(PD)계열이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부터 참여했다.
그러니 새누리당이 이들을 향해 "김일성 신년사에 눈물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하고 회의를 시작한다"고 몰아붙인 건 무지의 소치이거나 의도적인 색깔 공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경기동부연합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실제로 지난 10여년 간의 진보정당 운동사에서 그들은 지극히 폐쇄적ㆍ패권적인 작태를 보여왔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NL계열이 조직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들어오면서 권력투쟁이 시작되자 광주ㆍ전남연합과 함께 중앙당 사무처 요직을 독식했고, 지역위원회를 장악하기 위해 위장전입이나 당비 대납 등도 서슴지 않았다. PD계열은 물론 인천연합ㆍ울산연합 등 다른 NL진영에서도 이에 대한 증언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2006년 일심회 간첩단 사건과 북한 핵실험, 2008년 진보신당의 분화 과정 등에서 당권에 집착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가 종북 논란에 불을 당겼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여론조사 조작 시도, 성추행을 포함한 이중적 도덕 기준 등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경기동부연합이란 이름이 공론화된 건 다행이다. "10년 전에 해체된 조직"이라고 항변해봤자, 2005년 이후 민주노동당과 지금의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임을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 차라리 당내에서 노선과 정책을 명확히 내놓고 경쟁하는 한 정파(政派)로 당당히 나서는 게 낫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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