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 쓸 일이 없어서 가만 놔두자니 주차비만 들어서 저렴하게 빌려드리려고 합니다. 2001년식 회색 아반떼. 10만km 주행했습니다. 보험 들어 드리고요. 보증금 26만원에 월 26만원 받을게요.'
자가용 출퇴근을 하던 직장인 김현수(35)씨는 최근 중고 물품 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렸다. 곧바로 금액을 협상하자는 쪽지들이 날아들었다. 김씨는 "기름값 부담이 커 차를 두고 출근하는 일이 많은데 매월 나가는 주차비도 부담되더라"며 "차를 놀리느니 빌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렌트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새 차를 구입한 박민정(32)씨도 차 유지비가 부담이 돼 중고 사이트에 '개인 렌트' 매물을 내놨다. 박씨는 "차를 세워두느니 대여비로 차 할부금이나 갚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인과 개인이 차를 빌려주고 빌려 타는 이른바 '개인 렌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과시용 고급 외제차를 개인이 유료로 잠깐 빌려 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엔 출퇴근용 승용차를 내놓는 생계형 개인 렌트가 크게 늘었다. 고유가와 경제난에 따른 신풍속도다.
개인 렌트 차량은 일반 렌트카에 비해 돈이 덜 들어 인기다. 사업상 개인 렌트를 자주 이용하는 이세웅(34)씨는 "사업용 렌터카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 보니 차량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허자가 붙어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개인 렌트는 흥정만 잘 하면 월 60만~70만원 하는 중형차를 40만~50만원에 빌릴 수도 있어 애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풀을 제외하고 개인이 승용차를 유상 임대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승용차를 유상으로 빌려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차주와 빌리는 사람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 해결할 방도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자가용 차주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합법적 P2P(Peer To Peerㆍ개인 대 개인) 렌트 중개업체가 있어 이런 위험부담이 적다. 중개업체가 별도 손해보험을 들어 사고에 대비하고, 등록 차량을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에 차를 빌려주는 한편 차주에게는 렌트비의 3분의 2 정도를 배분하는 식이다. 하지만 법외권역에서 개인거래가 이뤄지는 우리 실정에서는 차량 사고ㆍ고장시 차주와 빌리는 사람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 동호회를 통해 보증금 1,500만원에 두 달간 오피러스 차량을 렌트했던 고성환(40)씨는 보름 만에 차가 멈춰서 애를 먹었다. 고씨는 "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수리비만 날렸다"며 "차주와 연락도 안돼 보증금을 떼일까 봐 마음고생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렌트 차량이 신호 위반 등으로 적발되는 경우는 물론 뺑소니 등 중대사건이 생겨도 기본적으로 차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직까지 개인렌트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드물지만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엮일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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