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중국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런민왕(人民網)과 펑황왕(鳳凰網) 등 인터넷 매체들은 27일 고교 교과서에 '등고(登高)'라는 시와 함께 실린 두보의 삽화가 다양한 형태로 각색돼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이미 200여장의 '두푸헌망(杜甫很忙ㆍ두보는 바쁘다)' 시리즈가 유포되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원래 삽화에서는 두보가 바위 위에 단정하게 앉아 먼 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삽화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두보가 야구 또는 농구를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거나 미소녀나 전사로 변신한 모습 등으로 등장한다. 자신만의 두보 그림을 만들기 위해 교과서를 새로 찾는 이가 줄을 이으면서 교과서도 품절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찬반 양론이 거세다. 마신차오(馬新朝) 허난(河南)성 시가(詩歌)협회장은 "두보는 중화 민족 정신의 위대한 빛"이라며 "학생들이 낙서를 하면서 두보의 형상을 훼손하는 것은 전통 문화에 대한 잘못된 태도인 만큼 당장 금지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장난기가 있어도 이를 통해 두보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긍정론을 펴고 있다. '재창작'의 과정에서 가을날 높은 곳에 올라 국가와 백성의 운명을 걱정하며 시를 썼던 두보의 마음이 은연중에 전달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에선 이미 공자와 이백 등의 '재창작'이 유행한 적이 있다. 올해는 두보 탄생 1300주년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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