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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통영국제음악제의 꽃 ‘트리오 메디에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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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통영국제음악제의 꽃 ‘트리오 메디에벌’

입력
2012.03.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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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은 인간의 목소리가 펼쳐내는 순간이동의 마술에 홀렸다. 중세와 현대는 곧장 잇닿아 있었고, 객석은 북유럽 오로라의 신비 같은 화음 속으로 빨려들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가 초청한 노르웨이의 여성 3중창단 트리오 메디에벌이 선사한 멋진 사건이다.

12세기 영국에서 불린 작자 미상의 성가곡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민속음악까지 린 안드레아 폴세스(37), 토룬 오스트렘 오섬(35), 안나 마리아 프라이먼(30) 등 세 명의 소프라노는 인성에 숨겨진 가능성의 한계치를 보여 주었다. 작곡가 홍성지의 2006년 작 ‘빛의 미사’까지, 통영의 밤은 인성의 마법에 매료돼 갔다.

동서고금의 음악적 편린들을 모아 빚어낸 1시간 5분의 무대는 2002년 4월 첫 앨범 ‘천사들의 이야기’가 북유럽에서 음악 전문지 에서 ‘이 달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된 연유를 웅변했다.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북구팝의 대명사로 알려진 비요크의 신비스런 음색과 아우라는 그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현대성이 전자적인 테크닉이나 미디어를 쓰지 않고도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은 깊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이 날 공연장을 메운 신비한 음색의 일부는 이들이 손에 들고 연주한 타악기에서도 나왔다. 마림바에서 떼낸 듯한 원통에 실로폰 타격 막대(mallet)를 매달아 크게 흔들 때마다 소리를 낸 악기는 목소리와 어울려 묘한 공명을 선사했다.

온갖 잡다한 홍수 속에서 이들이 ‘동시대성’을 견지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의식적인 노력의 소산이다. 현대 작곡가들과의 교류는 이들에게 중요한 일상이다. 2005년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무대 ‘Shelter’를 쾰른에서 초연해 호평 받은 것은 이들이 일궈낸 성과 중 일부다. 2007년 베르겐 국제음악제 상주 앙상블로 자리잡은 이들은 오슬로, 빈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계속 넓혀 가고 있다.

공연 후 폴세스는 “딴 나라에 비해 매우 진지한 관객들의 태도가 인상적”이라며 “홍성지의 작품은 매우 부르기 힘들지만 아름답고도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0년 런던에서 홍성지를 처음 만난 뒤, 음악학 강좌 등에서 간헐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5시간을 달려 무대 시작 1시간 전에야 통영에 닿았으나 너끈히 공연을 치른 이들은 다음 날 새벽 4시 공항으로 달려 가야 했다. 숨 고를 틈 없는 일정이지만 “다시 부르면 꼭 오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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