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에 맞춰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때처럼 이번에도 북한의 위성발사가 한국의 MD체제 가입 논쟁을 점화시킬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와 중동에 유럽과 같은 MD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들린 크리던 미 국방부 세계전략담당 차관보는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이 주최한 회의에서 “지역 MD체제가 북한과 이란의 인접국 위협에 대처하고, 이들의 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영해를 침공할 경우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로켓 요격이 미국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시점에 나온 것이다. 미국의 MD체제는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해 장거리 로켓과 같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파괴하는 방어체제를 말한다. 저고도 단거리미사일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요격이 가능하지만, 음속의 20배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의 요격은 미국 등 일부 국가만 실험에 성공한 상태다.
크리던 차관보는 “아시아에서 추진하는 MD체제는 한국 미국 일본, 미국일본 호주의 2개축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유럽식 MD체제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MD체제에 가입한 아시아 해당국가에 레이더 및 미사일 기지를 설치할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 MD체제의 경우 폴란드 루마니아에 요격 미사일을, 터키에는 레이더를 각각 배치하고 스페인에는 미사일 방어능력이 있는 이지스 구축함을 파견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MD체제 구축은 미일 동맹과 중러 협력이란 갈등구도 속에 놓여 있어 한국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게 사실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MD체제가 자신들의 안보문제와 직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MD체제에 관여해온 군사전문가 리키 엘리슨은 “MD체제의 뒷마당인 중국이 훨씬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리던 차관보도“미국과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해당 지역의 차별성을 고려해 접근하겠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한국은 이런 민감성을 감안해 이 문제에 전략적 모호성의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인 상황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한국을 MD체제 참여 쪽으로 추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워싱턴에서 나온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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