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39)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소송비용으로 받은 돈 가운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자금은 1,500만원이다. 2010년 9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이동걸(51)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 가운데 일부다. 명목은 변호사 성공보수다. 이 돈 이외에 1,000만원의 수임료가 별도로 변호사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장씨가 최근 밝힌 내용이다.
문제는 장씨가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갔을 소송비용을 누군가 대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변호사 비용은 보통 검찰수사 단계와 영장실질심사, 그리고 재판 단계에서 별도로 지급된다. 재판도 1심과 항소심, 상고심 선고 때마다 비용이 따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장씨는 기소 이전과 1심 재판은 이모 변호사가, 실질심사 때는 신모 변호사가, 항소심 이후에는 홍모 변호사가 각각 변호를 맡았다. 장씨는 "소송비용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내 돈으로 지불한 적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 사건 관계자들이 주장한 대로 총리실 직원과 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장씨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한 번에 수천만원씩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장씨 이외에 수사와 재판을 받은 사람들이 다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소송비용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소송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십시일반' 논리로는 더욱 설명이 안 된다. 실제로 이동걸 보좌관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을 딱하게 여긴 사람들끼리 이심전심으로 4,000만원을 모금해 장씨에게 전달한 것은 맞지만, 당시엔 그(장씨)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그의 변호사 비용으로 쓰일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과 진 전 과장도 별도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당시 구속됐기 때문에 소송비용이 장씨보다 더 들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수억원에 달했을 소송비용의 출처로 쏠린다. 장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항소심 선고 한 달 전인 지난해 3월 진 전 과장의 후임자인 정모씨는 장씨에게 "민정(수석실) 거기서 얘기가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잘 하라고 그런 거니까"라며,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씨는 또 장씨에게 "(돈 전달) 통로는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마련한 돈을 최 전 행정관을 통해 장씨에게 전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씨는 이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항소심 선고 직후인 지난해 4월 이 전 지원관의 후임인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에게서 받은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거론하며 민정수석실과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 전 관리관은 이에 대해 "직원들이 선의로 모아서 장씨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씨가 당시 5만원 신권이 20장씩 묶인 돈뭉치 10개를 5다발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에서 한 번에 인출된 뭉칫돈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보좌관도 5만원 지폐를 100장씩 묶어 8다발로 4,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장씨는 밝혔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직접 전달한 것은 출처를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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