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기막힌 세월이었다. 돌이켜보라. 두 해 전 돌연한 폭발침몰로 마흔여섯 꽃 같은 병사들의 목숨이 차가운 바다 속에 스러져간 뒤 그 광란의 사회분위기를. 북한이 수시로 해상도발 등을 통해 무력화를 기도해온 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함정이 피격됐다면 공격주체를 달리 상정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상식적 전제부터 무시한 주장들이 횡행했다. 단 몇 %의 빈 틈을 집요하게 헤집어 90% 이상의 명백한 증거를 부정하는 전도된 주장이 균형 잡힌 문제 제기처럼 포장돼 나라를 갈갈이 찢어놓았다.
2주기가 되면서 음모론은 되살아나 흡착물, 1번 글씨, 물기둥, 미군 공격, 좌초 따위의 지겨운 레퍼토리가 재생되고, 병사들의 희생에 한 번도 진지해 본 적 없는 세력 일각에서는 재조사와 토론을 되뇌고 있다. 다국적 조사단이 결론짓고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숱한 답변과 토론이 있었던 마당에 새삼 뭘 더 하자는 말인가. 이는 합리적 판단이 대세를 이룬 현실에서 다시 대칭국면을 복구하려는 속셈에 불과하다. 어차피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우리 논의구조상 어떤 접점도 기대할 수 없는 부질없는 짓이다.
당시의 주장과 비판 중에서 그나마 동의할 수 있던 건 우리의 이완된 안보태세였다. 징후 정보는 무시되고, 피격 후 군 대응은 평소 안보태세를 장담하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일 정도로 엉망이었으며, 허둥대기만 한 정부는 실수 남발로 의혹을 자초했다. 대오각성, 철저한 대응시스템 구축을 약속했으나 연평도 도발에서 또 빈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이제 제대로 복구돼 있기를 기대한다.
천안함 폭침으로 맨 얼굴을 드러낸 우리사회의 모습은 참담했다. 국민들 간의 극단적 불신과 적대적 문화,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 비합리적 논의구조, 국가보다 정치적 이해가 앞선 정치구조, 지식인들의 무책임 등이 그것이었다. 대부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 그 혹독한 경험에도 우리는 배운 게 별로 없는 셈이다. 천안함 폭침 2주년을 맞은 심정은 그래서 무겁고 희생장병들에게 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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