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강준 상사, 고 나현민 상병, 고 한주호 준위…."
26일 오전 '천안함 46용사ㆍ고 한주호 준위 2주기 추모식'이 열린 대전현충원. 꼭 2년 전 이날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산화한 전사자들과 한 준위의 영정이 하나씩 영상으로 떠오르며, 이들을 차례로 호명하는 롤콜(roll callㆍ이어부르기)이 계속됐다. 가슴에 묻은 아들, 남편의 이름이 울려퍼지자 유족들의 숨죽인 울음은 이내 북받친 흐느낌으로 번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김관진 국방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유가족,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역사를 잊은 나라에게 미래는 없으며 이것이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으로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등 정치권 주요인사도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일정 때문에 23일 미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어 유족들은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냉기가 도는 비석 앞에 놓인 아들의 영정을 말없이 쓰다듬던 김태석 원사의 모친 백정애씨는 뺨에 가만히 사진을 대보다 굵은 눈물을 떨궜다. 아들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목놓아 울던 정종률 상사의 아버지 정해균씨 역시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인 이인옥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장은 "지켜주지 못한 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말했다. 고 최정환 상사의 매형인 이정국 유족협의회 고문은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천안함 사건 등 안보이슈를 정치의 수단으로 사용해 유족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에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사단법인 우리민족교류협회와 천안함재단이 주관하는 '2012 서울 평화음악회'가 열렸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유족들에게 보은패 형식의 특별기념패를 전달했다. 기념패 앞면에는 "그대는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영웅입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의 이름으로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담고, 뒷면에 500원짜리 동전 3개 크기의 천안함 선체 파편을 달았다. 송기학 협회 이사장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되새기기 위해 해군본부의 협조로 폐기되는 파편을 받아 부착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서는 박완수 시장 등 20여 명이 고 한주호 준위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46용사를 추모했으며,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도 서울 전쟁기념관 추모식장을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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