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악습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반감을 재미있는 비유나 표현으로 나타냄으로써 미소를 머금게 하는 순수한 글이다. 논술이나 논설문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수필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만큼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글을 작성하였다. 키나 몸무게, 발사이즈 등의 단위를 이야기하며 '마음의 깊이'의 단위로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간 것은 참으로 독특한 발상이었다. 또, 그 마음의 단위를 화폐의 단위인 '₩'으로 규정한 것은, 가까운 관계까지 돈으로 기준을 삼는 세태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이어서, 그 돈의 '액수'를 '마음의 양'이라고 비유한 것 또한 참신한 발상이다. 문학적 표현력에 있어서 매우 강점을 가지고 있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용상 학생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지인의 경조사와 관련돼 체면상ㆍ예의상 이야기하지 않을 뿐, 속내로는 불편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은 분명히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연성이 있다고 해서 항상 그 주장이 필연적 타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주장처럼 이런 저런 손해와 이익을 고려하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경조사비를 부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지인을 위하여 경제적 여유가 없을지라도 기꺼이 축하의 마음으로 부담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조사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정도를 넘어 그 관습을 '악의 고리'나 '그저 불필요한 허례허식'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경조사비에 대한 사람들의 동기를 '손익 계산'으로 규정짓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개연성과 필연성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ㆍ문화 현상을 바라볼 때에는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문화적 배경과 특수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를 이해하는 '총체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에 관해서는 사회ㆍ문화 교과 4단원의 '문화 이해의 바람직한 관점'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학생은 잘못된 현상을 논함과 동시에 그러한 문화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야 한다. 즉, 그러한 문화적 현상이 가지는 본래적 의미나 본질은 무엇이었는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한 후 그 본질을 담아내는 '형식'의 문제를 검토하게 된다면 다른 의견이 만들어질 여지도 있다. 본래의 훌륭한 취지를 망각하고 형식만의 문제를 고려함으로 인하여 폐단이 나타난 것이라면, 그러한 풍습을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본래성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쪽 측면을 모두 살펴 글을 전개하는 기술과 사고가 더해졌다면 내용적으로 더 충실한 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수필을 의도했었다면 문제될 것은 없지만 논술 형식의 글쓰기를 의도했다면 약간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글의 주제를 잘못된 풍습에 대한 비판으로 삼을 것인지, '착한 결혼식'의 의미로 삼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결정되면 주장에 대한 판단의 '감성적'이 아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학생의 주장이 필연적으로 옳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함축적인 문학적 표현의 남용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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