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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은 흑백차별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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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은 흑백차별 지대

입력
2012.03.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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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백인에게만 특권을 보장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은 1994년 공식 철폐됐다. 이후 넬슨 만델라, 타보 음베키, 제이콥 주마 등 세 명의 흑인 대통령이 차례로 나왔고 남아공의 상징과 같았던 고유명사 아파르트헤이트는 세계인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그러나 흑인이 정치 주도권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남아공의 한 도시에서만은 아파르트헤이트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희망봉으로 널리 알려진 입법 수도 케이프타운. 뉴욕타임스는 22일 한해 수백만 관광객을 유치하는 이 아름다운 도시가 어떤 이유로 과거의 악명 높은 차별정책을 고수하는지를 소개했다.

케이프타운은 남아공 대도시 중 유일하게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곳이다. 흑백 혼혈이 70%, 백인이 20%를 차지하고 흑인은 5%에 그친다. 요하네스버그 흑인 비율이 49%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케이프타운이 속한 웨스턴케이프주는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정권을 잡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의 다수당은 아파르트헤이트를 고수하던 국민당의 후예들이 창설한 민주연맹이다.

인종 비율과 정치 구조 때문에 케이프타운 경제계도 백인의 독무대가 됐다. 2010년 인종간 경제적 기회를 조사한 케이프타운대학은 "흑인의 성공 가능성이 백인보다 훨씬 낮다"며 이 차별 현상을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에 빗대 '검은 천장'으로 묘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케이프타운 공동체 문화에도 흑인을 차별하는 비공식 관례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 여가수 린디위 서틀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리 유명해도, 재산이 얼마가 돼도, 케이프타운에서 피부가 검으면 2등 시민"이라는 글을 남겼다. 제도적으로 흑백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식당이나 렌터카 업체는 흑인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 주마 대통령이 지난해 "케이프타운은 지독한 차별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중앙정부의 말발도 먹히지 않는다.

때문에 케이프타운의 고학력 흑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탈출하려 한다. 웨스턴케이프대학의 흑인 학생 노크완다 카나일은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끼리, 백인은 백인끼리 몰려 다닌다"며 "케이프타운에 남아 일자리를 얻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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