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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떠오른 국민연금 고갈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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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떠오른 국민연금 고갈논쟁

입력
2012.03.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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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시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8년에 추정했던 2060년보다 11년 빠른 2049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제시된 직후의 일이다.

추산에 사용된 가정의 현실성 및 정확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상했던 시점보다는 빠른 시기에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일련의 논의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구체적인 소진시기가 아니라 어쨌든 현재와 같은 국민연금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이 점에서 정부의 생각도 민간전문가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2007년에 그랬던 것처럼 몇 년 가다 한 번씩 이런 암울한 추산결과가 나올 때마다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퇴직 직전 소득대비 연금수령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연금고갈시기를 뒤로 몇 년 정도 미루는 효과가 있을 뿐 연금고갈상태에 처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아예 이 참에 국민연금제도의 미래와 관련한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세대 간의 최소한의 이해 및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국민연금은 이론적으로 세대간의 자원배분을 촉진하기 위한 강제 저축수단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청ㆍ장년기의 소득 중 일부를 보험료로 납입하고 이를 노후에 돌려받는 형태이지만 연금전체로는 현재의 청장년층이 현재의 은퇴연령층을 돕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납입 보험료 대비 연금급여액이 상대적으로 높도록 설계되어 세대 내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우리의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납입하는 청장년층이 자신이 노후에 돌려받을 금액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념상 확정급여형에 가까우며, 보험료를 포함한 연기금의 수입이 지급액에 비해 아직은 크기 때문에 운용할 기금자산이 존재하는 적립방식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기금 고갈이 일어난 시점 이후에도 이전 가입자들에게는 당초 약속한 수준의 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며, 이를 위해 정부 재정자금의 투입은 필연적이다. 물론 소위 '연금개혁'을 시도할 수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주장하는 수혜층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선배 격인 공무원 연금이 2001년 기금소진 후 보여준 모습은 이런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납입자의 기여분에 비해 너무 많은 미래가치를 미리 못박아 약속한 데 있다.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한 지금에 와서도 그 해결이 어려운 것은 이미 공적연금과 관련하여 기득권층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책이 선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때 그 때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여 대처하는 방식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래세대의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제도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다양한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현재의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적립식' 구조를 단계적인 정산 및 조정과정을 통해 '비적립식'으로 바꾸어 몸집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줄어든 국민연금의 몫을 보완할 수 있도록 민간연금시장을 활성화하여 개인의 자유로운 노후 설계권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연금의 성격을 재정의하는 수준의 개혁 논의가 지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5년 후 혹은 10년 후쯤에는 필자가 오늘과 똑같은 글을 다시 쓰게 될지 모를 일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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