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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8/ 버티던 이정희, 사퇴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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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8/ 버티던 이정희, 사퇴 배경은

입력
2012.03.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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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3일 전격적으로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에서 사퇴한 것은 어렵게 성사된 야권연대가 자신으로 인해 흔들리면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게 될 것이란 부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사퇴를 결심하는 과정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통합진보당 유시민ㆍ심상정ㆍ조준호 공동대표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외견상 이 대표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오후 2시에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사퇴 불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후보등록 예정 시간인 오후 2시를 전후해 갑자기 이 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두세 시간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당직자는 "이 대표의 고민은 보좌관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파문이 터진 20일부터 계속됐다"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때까지는 다른 얘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결국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은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자신이 진보정치의 도덕성 훼손, 야권연대의 붕괴 가능성 등 총선 악재의 중심에 서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후보등록이 완료되는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야권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의 정치생명도 더욱 위태롭게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이 대표는 전날 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의 회동,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 간담회 등을 거치면서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마다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언급하며 이 대표를 위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고문과의 회동 직후 열린 통합진보당 대표단 간담회에선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논의가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야권연대를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면서 "이 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깊이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표단 회동에선 특히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당권파와 가까운 조 대표가 '악역'을 자처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당권파와 비주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 온 조 대표의 입장을 확인한 뒤 이 대표도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야권연대 협상을 중재했던 시민사회 원로그룹이 완곡하게 사퇴를 촉구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진보당을 향해 "야권연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퇴 거부 파장이 당내 정파 문제로 옮아가는 데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구 민주노동당 NL(자주파)진영이 야권 전체가 위기에 봉착했는데도 당권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를 듣고 서둘러 상황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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