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피소된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경찰에 출석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밤 11시50분까지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나 전 의원은 경찰 조사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성실히 답했다”고 말하고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경찰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이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나는 꼼수다’에서 김재호 판사가 부인인 나 전 의원을 비난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나 후보 선대위는 이를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 기자를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주 기자는 김 판사와 나 전 의원, 선대위 관계자 등을 같은 혐의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이날 나 전 의원에게 당시 선대위 보도자료 배포 지시 등 개입 여부를 따져 물었지만 나 전 의원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앞서 나 전 의원은 취재진에게 “기소청탁은 없었다”며 서울시장 후보 당시 나꼼수의 기소청탁 폭로는 허위라는 내용의 선대위 보도자료를 내는 데도 “관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기소 검사인 최영운 당시 서울서부지검 검사나 1심 담당 판사 모두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 것을 언론에서 봤다”고 말했다.
남편 김 판사에게서 기소청탁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의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당시 서울서부지검 검사)의 진술서와 관련해서는 “피해자 남편으로서 (김 판사는) 네티즌이 글을 내리면 좋겠다, 빨리 내리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제가 (네티즌을) 고발한 사실은 저를 ‘이완용 땅 찾아준 판사’라고 한 부분이며 자위대 (행사) 참석, 친일파라는 글은 고발 안 했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당연히 기소될 부분이라 청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대위의 보도자료 배포 및 주진우 시사인 기자에 대한 고발장 제출을 지시했다는 의혹(본보 22일자 10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나 전 의원은 “선거를 해 본 사람들은 어떤 경위로 선거가 이뤄지는지 잘 알 것”이라며 “일일이 보도자료를 어떻게 내라 하는 것은 후보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 판사에게 확인을 거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일일이…, 선거 막판이었고, 모든 보도자료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나 전 의원은 경찰 수사의 형평성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 사건이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판검사의 소환이라는 쪽으로 집중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꼼수 관계자들이 누구도 경찰 출석했다는 말 못들었다. 수사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경찰이 믿고 싶은 증거인 박 검사의 진술서는 전문이 공개되기도 해 수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그간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 판사에게 26일 오전 10시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며, 박은정 검사에게는 같은 날 오후 2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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