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운영을 둘러싼 재단과 학교 간의 대립이 볼썽 사나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됐다. 무엇보다 내부 비리 문제를 제기한 한영실 총장을 재단 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전격 해임한 이사회의 결정이 민망하고, 학교가 총장 해임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가게 된 것이 안타깝다. 자칫 106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사학 숙명학원의 명예가 집안싸움으로 땅에 떨어질 판이다.
내부 갈등이 불거진 건 지난 2월 재단전입금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다. 학교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년간 기업과 동문 등으로부터 유치한 기부금 685억원을 재단 계좌로 편입했다가 마치 재단이 학교에 주는 전입금인 것처럼 처리했다는 게 골자다. 학교측은 누차에 걸친 내부 문제 제기가 묵살되자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책임을 물어 지난 16일 이용태 재단 이사장을 해임했다. 그러자 재단이 이사회 권한 종료 최종일인 그제 한 총장을 해임한 것이다.
하지만 재단의 한 총장 해임 과정은 '괘씸죄'에 대한 시정잡배 식의 응징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 이사장은 한 언론에 "깡패를 동원해서 끌어내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한다. 소집 절차도 지키지 않고 부랴부랴 이사회를 연 것도 그렇거니와, 아침 7시 김포공항 카페에서 총장 해임안을 의결한 모양새도 아름답지 못하다. 이사회는 한 총장이 재단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지만, 재단의 비리를 묵인하고 영합하는 게 명예에 부응한다는 얘긴지 논리도 군색하다.
일각에선 이번 대립을 이사회를 통해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경숙전 총장 측과 8월 임기 만료에 맞춰 연임을 도모하려는 한 총장 측의 암투로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설사 그런 갈등과 경쟁이라도 대학이라면 원칙과 정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동문과 재학생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되지 않도록 양측은 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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