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사용 설명서/데이브 골드버그 등 지음·이지윤 옮김
/휴먼사이언스 발행·416쪽·1만8,000원
현대 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손 캐럴 지음·김영태 옮김
/다른세상 발행·672쪽·2만9,000원
빈틈 없어 보이는 첨단 물리학 이론은 일반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매혹적 주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우주사용설명서> 의 관심은 우선 소통에 있다. "고독한 물리학자가 사랑의 마음으로 이룬 성과"라고 자평하는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 물리학이 왜 "어렵고, 비실용적이고, 지루"한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그는 일반인의 눈높이를 끝까지 견지한다. 우주사용설명서>
저자가 일반인도 흥미를 충분히 가질 법한 문제를 선정해 학문과 상식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것은 물리학적 기초에 대한 해박한 지식, 대중과의 소통 의지 덕이다. 아인슈타인이 만든 가장 단순하되 심오한 특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E = mc2 ) 아래 감춰진 이야기는 책의 도입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물리 하는 진짜 쿨한 아이들 중 하나"인 갈릴레오가 빛의 속도를 알아내기 위해 벌인 실험은 책의 출발점이다. 이어 양자론, 무작위성, 팽창 우주, 빅뱅 등에서 외계 생명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첨단을 포괄한다. 단순하고 소박한 의문에서 출발, 첨단의 해결 방식으로 유도하기까지 저자가 구사하는 입심이 대단하다.
이를테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 여행을 한다면 지구에 돌아왔을 때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 "축소 광선을 만들어 미니어처 원자를 만들 수 있나?" 등 일견 가벼워 보이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첨단 과학의 내부를 보여준다. 또는 불확정성 원리의 문제를 제기할 때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는데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걸 소리라 할 수 있을까"라는 범상치 않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양자역학의 내면 깊숙이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식이다.
그렇다면 타임 머신을 만들 수는 있을까, 혹은 블랙홀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들에 대한 책의 문제 풀이 방식은 철저히 사용자 중심적이다. 예를 들어 시간 여행이란 문제를 제기하면서 책은 영화 '터미네이터'를 불러 온다. 저자는 "시간의 고리를 헤아리지 못하는 컴퓨터 네트워크가 이끄는 로봇들의 반란 사태를 끝내기 위해 어머어마한 확률과 싸워야 할 것"이라며 '터미네이터'적 상상력에 회의의 시선을 보낸다.
팽창 우주, 외계 생명체, 빅뱅 등 우주의 삶과 죽음에 대해 첨단 과학의 답을 해학적으로 펼쳐가던 책은 마지막으로 '미래'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전하가 없고 빛과 상호 작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전혀 감지될 수 없는 '암흑 물질'이 미래의 끝일까, 10의 34 제곱년으로 추정되는 양성자의 수명이 물질, 즉 우주의 종말일까.
끈이론, 암흑 에너지 등 "물리학의 끝을 코앞으로 당겼다"며 등장한 이론들은 결국 우주의 심오함을 방증했을 뿐이다. '전체 그림을 하나로 짜맞추기'라는 결코 완벽할 수 없는 퍼즐 속으로 새로운 문제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사실만이 진리로 존재한다고 두 저자는 말한다. 한 명은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 기자, 다른 한 명은 보잉사 엔지니어로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되 <현대 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 의 감촉은 전혀 다르다. 스티븐 호킹이 20년 전 내세웠던 빅뱅보다 앞서는 세계를 이해할 때, 우주의 역사를 통칭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은 이해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정교하게 펼친다. 차세대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저자의 방대한 논의는 다른 차원의 충만감을 제공한다. 현대>
수식과 정교한 도면 틈틈이 인문학적 통찰이 빛난다. 우주의 생명체를 논하는 대목의 도입부, 19세기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남긴 "시간은 위대한 스승이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제자들을 모두 죽인다"는 같은 문구가 그것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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