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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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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 예술!

입력
2012.03.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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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직업이 어떤 분야에 속하는지 기재해야 할 순간을 맞닥뜨리곤 한다. 한동안은 아무런 고민 없이 예술, 이라는 글자 앞 작은 네모를 보무도 자랑스럽게, 몹시도 떳떳하게 색칠해왔으나 내가 과연 예술가인가 싶은 자의식에 자주 빠지지 뭔가.

이를테면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 나를 이야기할 때 어떠한가 보면, 시인이라는 본업은 뒤로 쏙 뺀 채 편집자라는 주업을 앞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았다. 시를 쓴다는 일이 감출 만큼 부끄럽거나 창피한 직업이어서가 아니다. 변명거리도 아닌데 시인이라는 말끝에 붙여야 할 부연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 왜 시를 쓴다고 하면 이렇게들 물을까. "도수 높은 검은 뿔테 안경은 안 끼셨군요.", "결혼하시면 애도 낳고 온전한 살림살이 꾸리실 수 있겠어요?", "정말 소주를 물처럼 마셔대야 시상이 떠오르곤 하나요?" 나 참, 화성에서 온 우리들도 아닌데 뭔가 일반적이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라니.

이 맥락 하에 요즘 나의 고민이라 하면 시인으로서의 내가 시쳇말로 예술하고 있네, 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진정성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엊그제 가회동의 한 갤러리에서 젊은 화가 김한나의 그림을 둘러보다 질문이랍시고 던진 말이 "한나야, 네 그림 비싸?"였으니. 평생 휴대폰 한번 가져본 일 없이 밤낮없이 그림만 그려대는 순정한 친구에게 말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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