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운 직장인 김모(33)씨. 그는 식사를 가볍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권고기준(2,000mg)을 훌쩍 넘겼다. 짜장면 1인분에 함유된 나트륨은 2,392mg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전국 72개 음식점에서 국민들이 많이 찾는 외식 음식 130종을 구입해 음식별 평균 나트륨 함량을 살펴본 결과는 놀라웠다. 총 18개의 주요 음식 1인분이 하루 섭취 권고량(2,000mg)보다 많은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었고, 나트륨 함량이 1,000mg 미만인 음식은 떡, 만두, 일부 김밥, 튀김, 반찬류 한 접시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다. 전복죽, 게살죽, 깨죽 등 죽 한 그릇도 나트륨 함량이 1,000mg을 넘었다.
나트륨이 1,962~4,000mg에 이르는 20위권 순위에는 짬뽕, 우동, 열무냉면, 쇠고기육개장, 간짜장, 알탕, 물냉면, 동태찌개, 선지국, 짜장면, 만두국, 해물칼국수, 내장탕, 잡탕밥, 어묵국, 추어탕, 된장찌개, 떡만두국, 김치찌개 등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음식이 망라돼 있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4,878mg(2010년 기준)에 이르는데, 실제 직장인이 하루 두 끼를 음식점에서 해결하면 쉽게 섭취할 양이다.
그나마 나트륨 함량이 적은 외식 메뉴는 회덮밥(744mg), 꼬리곰탕(766mg), 곰탕(823mg)이다. 카레라이스(1,089mg), 볶음밥(1,203mg), 비빔밥(1,337mg) 등도 비교적 나트륨이 적었다. 식약청은 음식별 나트륨을 포함한 영양 함량을 홈페이지(www.kfda.go.kr/nutrition)를 통해 공개하고 일반인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들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짜게 간을 한 음식점은 신선하지 못한 재료를 숨기기 위한 경우가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소금을 적게 넣으면 맛이 없다는 생각도 편견이며,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면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채소 등이 원래 가지고 있는 간이 있으며 소금을 적게 넣고도 재료의 비율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며 "소금 대신 파, 고추 등을 썰어 넣거나, 소스도 과일소스와 같은 자연에서 나는 것을 이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졌지만, 원래 전통적인 서울 표준음식은 '숨숨하다''삼삼하다'고 표현되는 맛이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에서는 기본적으로 삼삼하게 간을 하고, 손님이 취향에 따라 소금을 넣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금, 젓갈 등도 큰 그릇에 담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기보다 작게 덜어서 조금만 내놓고, 소금을 떠 넣을 수 있는 숟가락도 가능한 작은 것으로 내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부회장은 "아주 작은 숟가락을 놓아두면 아무래도 소금을 떠 넣을 때 몇 번을 넣을지 양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짬뽕 우동 등 면류의 나트륨은 면에 25∼44%, 국물에 56∼75%가 들어있으므로 국물은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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