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를 하지 않는 교향악단은 교향악단이 아니다. 또 오케스트라의 생명은 아름다운 화음에 있다. 아무리 실력과 명성이 뛰어나더라도 모두가 잘 어울리지 않으면 연주는 소음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KBS교향악단이 딱 그렇다.
KBS는 최근 파면 3명, 직위해제 1명, 1~ 6개월 출연정지 64명 등 교향악단 단원 71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노사 합의에 의한 오디션을 거부하는 등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전체 90명 중 1월에 치러진 오디션에 참가한 극소수와 외국인 단원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징계를 받아 교향악단이 사실상 와해상태다. 지난해 10월 회사규정을 어긴 단원들의 징계로 표면화한 상임지휘자와 단원들의 불화가 결국 국내 최고 교향악단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이다.
불화는 2010년 7월 함신익씨가 상임지휘자로 오면서 시작됐다. 단원들은 '낙하산인사'와'실력 부족'을 문제 삼아 취임을 반대했고, 함씨는 단원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배타주의를 비판하면서 화합과 양보보다는 고집대로 교향악단을 이끌고 나갔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면서 단원들이 연습을 거부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정기연주회가 취소되는 창단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지금 누구 책임이 더 큰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력에 대한 과도한 시비를 떠나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지휘자에게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연습보다는 개인 레슨에 집착하고, 지휘자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철밥통'인 무기계약직에 안주해 오디션을 거부하고, 연주회까지 무산시킨 단원들의 무책임과 오만은 용납될 수 없다. 말은 지휘자 때문이라지만 서울시향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정명훈씨가 있을 때도 단원들의 행태는 지금과 비슷했다.
KBS교향악단은 5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대표 교향악단으로 1년에 110억원의 운영비를 쓴다. 그 돈은 물론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세금)이다. 뼈를 깎는 각오로 과감히 개혁하고 결단을 내려 이름에 걸맞은 수준의 연주와 공익적 자세를 가진 교향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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