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양을 만났던 건 몇 해 전 봄이 움트는 이맘때쯤이었다. 그녀는 큰 키에 늘씬한 체격을 가진, 한눈에 보기에도 젊고 아름다움 20대 현대여성이었다. 그런데 진찰을 위해 가운 속의 몸을 보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 선이 80대 할머니처럼 팔꿈치 근처까지 내려와 있었다. P양은 개인적인 이유로 '극한의 다이어트'를 감행했고, 그 결과로 20㎏을 감량했다. 체중은 기가 막히게 줄었지만, 대신 가슴의 탄력과 라인을 잃고 만 것이다.
최근 가슴성형을 고려하는 많은 여성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바로 다이어트로 인한 가슴 처짐이다. 여성의 가슴 처짐은 진피층의 탄력 소실과 유방 조직의 체적 감소, 노화, 출산, 체중 감소 등이 원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순한 노화에서 비롯되는 경우보다 젊은 여성들의 체계적이지 못한 다이어트가 가슴 처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필자의 클리닉에서 지난 11년간 가슴 처짐으로 수술 받은 10~50대 여성 환자 3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 여성의 95%가 체중 감소로 인한 가슴 처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체중감량을 위해 식사량을 조절했고, 평균 7㎏ 이상을 감량했다. 최소 3개월 내에 5㎏ 이상 감량한다면 가슴이 처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데, 이 한계를 초과하며 살 빼기에 힘쓴 여성들이 많았다는 소리다.
가슴 속 지방성분은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가슴의 형태를 유지시키고, 바깥 피부조직이 이를 감싸며 이중으로 형태를 보강한다. 출산이나 수유를 경험하지 않은 미혼 여성의 가슴이 처지는 것은 짧은 기간 동안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반복적인 체중의 증감 때문에 가슴 내부의 구조물인 지방 성분이 빠져나가며 피부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탄력 소실은 여성에게 자신감의 상실을 가져오기 쉽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가슴 속 조직의 지방성분이 감소하고 외피인 피부조직이 늘어지면 진피 내 탄성섬유가 영구손상 돼 원 상태로 탄력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곧 가슴은 한번 처지면 어떤 운동이나 마사지를 해도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처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달 체중감량 목표는 1~1.5㎏가 적당하고,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또 유산소운동과 함께 무산소 근육운동을 병행해 피부의 탄력을 지탱해주도록 한다. 가슴 마사지를 꾸준히 실천하면 탄력 유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방에 실패했다면 적극적인 방법의 하나로 교정수술을 고려해도 좋다. 처진 가슴 수술은 처진 정도와 크기, 형태에 따라 절개선의 위치와 모양을 결정해야 하므로 난이도가 높다. 최근엔 유륜 둘레를 절개해 보형물의 상반부는 근육 아래에, 하반부는 근막 아래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최대 4㎝까지 교정이 가능해졌다.
몸매는 날씬해져도 가슴만큼은 가난해지지 않도록, 저축하듯이 관리와 정성을 들이며 현명하게 몸을 관리하는 여성들이 늘길 바란다.
BR바람성형외과 원장·유방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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