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구경 콜트 권총, 배기량 500㏄의 야마하 T-Max 스쿠터. 프랑스 툴루즈 유대인학교 등에서 연쇄 총격사건을 일으킨 모하메드 메라(24)는 이처럼 간단한 도구로 11일부터 나흘 간격으로 세 차례의 총격을 통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7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 그는 자신이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늘 혼자 행동한다"고 밝혔다.
메라처럼 자율적으로 소규모 대상을 공격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 유형의 테러가 서양 정보기관들에게 새로운 공포로 떠오르고 있다고 외신들이 22일 전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대테러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재단의 사잔 고헬 소장은 "우리는 새로운 단계의 테러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알카에다 추종자에게 스스로 테러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외출을 두려워하게 하는 등 사회적 불안을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진정한 테러리즘"이라고 이번 사건을 평가한 뒤 "어디서든 모방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데 특히 올림픽을 앞둔 영국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외로운 늑대' 유형의 테러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보기관들에게는 '최악의 악몽'이라고 독일 주간 슈피겔은 전했다. 한두명이 모의하는 테러는 대규모 조직이 동원되는 테러보다 정보 유출 가능성이 낮다. 툴루즈 연쇄 총격사건을 일으킨 메라도 2010, 2011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훈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알카에다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없다. 알카에다는 과거 자신들이 일으킨 테러를 시인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정보 당국 역시 메라를 감시해왔지만 테러를 막지 못했다. 정보 당국은 메라가 파키스탄 등을 방문하자 그를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여기고 그가 자주 가는 장소, 자주 만나는 사람, 자금 흐름 등을 정기적으로 파악했지만 테러를 준비한다는 단서는 포착하지 못했다.
메라를 용의자로 지목한 결정적 단서는 그가 첫번째 희생자와 연락한 이메일로 알려졌다. 첫 희생자인 공수부대 군인은 오토바이를 팔겠다는 광고를 인터넷에 게재했다가 연락을 해온 메라를 만난 자리에서 총격을 당했다. 메라가 훔친 스쿠터의 위치추적장치(GPS) 작동을 멈추기 위해 제조사에 연락한 것과 두번째 총격 후 스쿠터 재도색을 정비소에 문의한 것도 단서가 됐다.
한편 자신의 아파트를 포위한 경찰과 21일 새벽 3시(현지시간)부터 만 하루가 넘도록 대치하던 메라는 22일 오전 경찰의 진입작전에 맞서다 사망했다. 칼라시니코프 소총 등으로 무장한 그의 저항으로 경찰 3명도 다쳤으며 그 중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총격을 저질렀다는 메라는 경찰과 대치 중 "프랑스를 굴복시켰다"며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시간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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