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서 서식하는 토종 노루와 고라니가 외래종인 대만꽃사슴(사진)에 밀려나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 내 대만꽃사슴의 개체 수가 늘어 노루와 고라니의 몇 배가 될 정도로 압도하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대만꽃사슴 포획에 나섰다.
22일 공단은 노루와 고라니가 먹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등 토착 생태계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 대만꽃사슴 17마리를 포획했다고 밝혔다.
대만꽃사슴은 1980~90년대 녹용을 얻기 위해 들여와 속리산국립공원 일대 사슴농장에서 사육되다가 일부가 탈출해 살고 있다. 또 정부가 자연보호 행사의 일환으로 속리산에 방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산으로 돌아간 대만꽃사슴은 애초 20여마리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50마리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공단 측은 보고 있다. 게다가 대만꽃사슴이 무리 생활을 하고 있어 번식 속도가 급작스럽게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사진 촬영이나 배설물 조사 등을 하면 10번 중 8,9번은 대만꽃사슴의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는 특정 서식지역에서 대만꽃사슴의 서식밀도가 80~90%으로 노루와 고라니를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뿔로 나무에 영역 표시를 하는 대만꽃사슴 때문에 산림이 훼손되는 등의 생태계 파괴도 우려되고, 최근 주변 민가에서 대만꽃사슴이 나타나 농작물을 망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우리 고유의 대륙사슴을 들여와 복원을 시도할 경우에는 대륙사슴이 대만꽃사슴과 교배가 가능해 종(種)이 섞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공단은 지역 주민, 유관기관, 사찰, 외부전문가와 협의체를 결성, 2010년부터대만꽃사슴을 포획하고 있다. 포획된 대만꽃사슴은 인근 계류장에서 사육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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