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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주만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떠올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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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주만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떠올려지는 이유

입력
2012.03.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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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총영사 자격으로 해외 공관장 회의에 참석했다.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뉴스를 접하면서 진주만 피격시 루즈벨트 대통령의 미의회 연설 '진주만을 상기하자'를 생각케 했다.

미 해군은 기지 선정 시 '주민의 군에 대한 선호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요소' 등을 핵심요소로 고려하고, 지역 주민과 주정부 고위 관계자, 연방의원 등 정치인이 앞장서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를 미미국서 공부할 때 관찰한 적이 있다. 지역의 이익을 위해선 지역 주민의 의지를 결집시키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진주만은 이러한 지역주민의 의지 결집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도 민군관계는 매우 협조적이다. 지역 경제의 20% 이상을 군이 기여하고 있고, 또한 관광도시의 외곽보호와 안정을 전적으로 군에 의뢰,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모임에서 만난 해군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학생들의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함정 견학, 긴급환자 발생 등 위기 발생시 군의 지원은 매우 유기적인 관계가 이뤄져 있다. 평소부터 민군관계 유대는 진정성에 바탕을 둔 협조적이고 조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민군간의 불신감 팽배 등으로 국책사업이 5년째 표류하고 있으며, 양분된 국민적 갈등이 분쟁 차원으로 비화하고 있지 않나.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수 없다는 논리를 보면서, 하와이의 진주만, 호주의 시드니항에 군기지가 있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이해가 어렵다. 군의 튼튼한 보호 아래 관광지로써 평화의 섬으로 그 역할을 다하며, 관광수입 등으로 국민경제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제주도의 미래도 이와 동일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호놀룰루의 경우 연인원 700만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시 재정의 30% 이상을 관광수입으로 운영한다. 하와이 태평양 사령부와 각 여타 군부대가 지역안정을 위한 버팀목의 역할을 견고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민군 협조의 종합 산물이라 평가했다.

한반도의 안보현실에 비추어 보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당연히 지리안보적으로 최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외교안보적 관점에서도 하와이와 제주도는 유사점이 있다고 본다. 최근에 쟁점으로 대두된 이어도 문제를 볼 때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은 더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중국이 그러한 위협적인 발상을 드러내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심장한 일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어처구니 없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주장을 보면서 주변국의 해상분쟁 발생과 군사력 증강 추세를 전망해 볼 때, 우리 해군력으로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함정모항인 기지의 필요성은 절대적인 것이다. 우리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이 남지나해-제주 근해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되며, 주변국과 분쟁 사항 발생 시 최지근 거리에서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는 전진기지가 바로 제주 해군기지임을 알아야 할 사안이다.

자유와 평화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국력과 국민적 노력이 결집될 때 지켜지는 것이다. 진주만의 아리조나 기념관, 퇴역 전함의 전시를 비롯한 기념관 등이 국민의 안보의지를 결집하는 모태가 되고, 평화에 대한 의미를 다지는 것들이다. '평화를 생각하면 전쟁에 대비하라', '진주만을 상기하자'와 같은 명언을 생각하면서 충무공 이순신의 유비무환, 경계심, 국민단결로 국난을 극복했던 과거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 땅 제주도의 풀 한포기, 돌 하나, 바닷물 한모금도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며, 평화의 섬을 제대로 지키려면 힘이 필요하며, 그 근저에는 국민적 단합이 필수적이다. 최근 주변국의 영해ㆍ영토의 야욕을 보면서 천안함의 뼈아픈 상처를 되새기며, 우리의 안보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국민적 의지를 재결집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서영길 주호놀룰루 총영사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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