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사실상의 지명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경선 분위기가 급격히 롬니로 기우는 가운데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롬니 지지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대통령 부보좌관을 지낸 피터 웨너는 "경선이 끝나지 않았지만 불가항력이 없다면 결과는 결정이 됐다"며 "롬니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라고 말했다.
대선 예측 사이트 인트레이드는 이날 롬니의 경쟁자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을 1.8%로 예상했는데 이는 1월 오하이오 첫 경선의 돌풍 이전 상태와 같은 것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0.7%에 머물고 있지만 롬니는 93.5%를 기록했다.
롬니의 경쟁자들은 자금력에서도 불리하다. NBC방송은 미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를 인용해 친 샌토럼 슈퍼정치행동위원회 계좌에는 고작 36만5,000달러가 남아 있으며 깅리치는 빚이 155만달러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라티노의 인기가 높은 젭 부시가 롬니 지지로 돌아선 것도 롬니에게는 대형 호재로 평가된다. 강력한 후보가 없다며 후보 지지를 유보해온 젭 부시는 "지금은 롬니에게 뭉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롬니가 사실상 지명자로 불리는 데는 샌토럼을 지지하던 보수적 유권자들이 롬니 쪽으로 이동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일 일리노이주 경선에서 롬니는 샌토럼에 12%포인트 차로 대승했다. 보수주의 정치 평론가 프레드 바네스는 현재의 상황을 "롬니의 후보 지명이 끝나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샌토럼은 루이지애나(24일)와 펜실베이니아(4월24일) 경선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으나 이들 2개 주에서 승리해도 경선을 지속할 모멘텀을 얻는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롬니의 대변인 에릭 페른스트롬이 "대선 본선에선, 흔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모래그림판처럼 모든 게 바뀐다"며 경선에서 우향우 정책을 재조정할 뜻을 밝혔다. 롬니가 후보로 지명된 듯한 이 발언에 샌토럼과 깅리치는 강하게 반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