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생강나무가 노란 꽃등을 밝히기 시작했다. 아직 찬 기운이 다 가시지는 않았으나 바야흐로 봄, 녹음방초 승화시를 기다리는 호시절을 맞아 경복궁 경회루에서 왕의 잔치가 벌어진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28~30일 마련하는 '경회루 연향'이 그 자리다. 오후 8시, 환하게 불을 밝힌 경회루 연못가에 둘러 앉아 보는 우아하고 호사로운 공연이다. 지난해 처음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던 것인데, 다시 한다.
마침 올해는 경회루 건립 600주년이라, 그 의미를 살려 공연을 짰다. 1부는 조선시대 외국 사신을 맞아 임금이 경회루에서 베풀던 잔치를 재연한다. 누각에서 나발 불고 북을 쳐서 조선의 개국과 잔치의 시작을 알리면, 곧이어 왕과 왕비가 납신 가운데 궁중의 음악인 정악과 궁중무용이 펼쳐진다. 2부는 조선 말 고종 연간의 경회루 중건을 축하하는 낙성연을 기억한다. 당시 잔치에서 왕을 사로잡았던 여성 명창 진채선의 판소리를 안숙선 명창이 조각배를 타고 연못을 미끄러져 가며 부른다.경복궁 재건과 역사적 의미가 깊은 경기민요 경복궁타령이 그 뒤를 잇고,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이야기를 되살린 줄타기로 판을 막는다.
입장권은 인터파크(www.interpark.co.kr)에서 판다. 3만원, 5만원인 가격이 비싸다는 말도 들리지만 왕의 잔치이니 그만한 값어치는 있다 할 것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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