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얼굴,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모습. 시범경기 첫 등판한 류현진(25ㆍ한화)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승수인 18승(2006년)을 넘겠다는 한화의 에이스. 그가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류현진은 22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 5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1실점하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7km가 찍혔고 75개의 투구 수 중 스트라이크가 46개가 될 정도로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했다.
1회는 삼진 2개를 곁들여 가볍게 끝냈다. 1번 최주환에게 볼카운트 2-2에서 서클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2번 임재철은 투수 앞 땅볼. 3번 국해성을 맞아 8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몸쪽 체인지업으로 다시 한번 삼진 처리했다.
2회엔 선두타자 오장훈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그러나 양의지, 오재원, 김재원을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후 4회까지 직구(45개)와 체인지업(23개), 커브(5개)와 슬라이더(2개)를 고르게 섞어 던지며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5회초 양의지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체인지업(129㎞)이 바깥쪽으로 높게 형성되며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걸리며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이날 맞은 첫 안타이자 유일한 실점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두르면 안 되는데 생각 보다 템포가 빨랐고 투구 밸런스도 좋지 않았다. 제구가 높게 형성돼 안타와 홈런을 맞은 것 같다"며 "오늘은 무조건 볼넷을 안 준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전까지는 제구를 낮게 가져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 몸을 100% 만들어 시즌에 임하겠다"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타선에서는 최승환이 2회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3회 1사 1ㆍ2루에서는 장성호가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잠실에서는 장단 14안타로 타선이 터진 LG가 SK에 5-2로 역전승을 거뒀다. LG 6번 손인호는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4번 타자로 낙점된 정성훈도 3타수 3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SK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선발 임정우는 5이닝 2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9회 등판한 현역 최고령 투수 류택현도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시범경기 첫 세이브를 올렸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9회말 터진 강정호의 끝내기 솔로 홈런에 힘입어 삼성을 3-2로 꺾었고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와 KIA의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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