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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의 공정위 조사 방해에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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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의 공정위 조사 방해에 격노

입력
2012.03.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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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방해하다 거액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됐다는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다.

이 회장의 격노 강도는 지난 해 6월 삼성테크윈의 내부비리가 적발됐을 때만큼이나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은 "도저히 있어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면서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관련자 문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21일 "이 회장이 최근 수원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정위의 공무집행 방해 행위를 보고 받고 크게 화를 냈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사실 작년 6월 테크윈 비리사건이 드러났을 때도 이 회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말했고, 이후 대대적인 감사와 계열사 경영진 교체가 이어졌다.

이 회장은 경영복귀 그룹 전체에 기강해이가 만연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남동 자택에서 집무하던 관행을 깨고, 직접 출근해서 보고를 받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술과 품질, 실적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지만 기강문제는 본인이 직접 챙겨야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작년 이후 삼성에선 계열사들의 담합사실이 잇따라 적발됐다. 작년만해도 삼성SDI 브라운관(1월)을 비롯해 삼성생명(10월) 삼성전자 LCD 패널(10월) 삼성코닝 브라운관유리(12월) 등 총 4건이나 됐다. 올 1월에도 삼성전자 세탁기 및 TV, 노트북 판매가격과 삼성정밀화학요소비료의 담합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삼성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이 직접 나서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대책까지 내놓았다. 다만 이 회장은 본인의 경영복귀 이전에 발생한 사안인 만큼, 크게 질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방해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준법경영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끊임없는 독려한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현장상황이나 이유가 어떻든, 정부의 정상적 공권력집행을 방해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히게 되고 1등 기업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온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최근 삼성을 둘러싼 악재들이 잇따르고 전 사회적으로 반재벌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그룹 수뇌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재 삼성으로선 실적 보다 투명성과 윤리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은 내부기강잡기의 강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내부감사를 강화하고, 계열사 평가 때도 실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법과 윤리준수를 점수화해 철저히 따진다는 방침이다. 김순택 실장은 이날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에 대해선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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