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신 분을 영입해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민주통합당이 큰 힘을 얻는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달 15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특수통 검사 출신 유재만 변호사 입당 환영식에서 한 말이다. 유 변호사는 2003~2004년 대검 중수부 중수2과장으로 재직 시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고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중 최측근인 양윤재 정무부시장의 청계천사업 수뢰 사건 등을 파헤친 인물이다. 이때만 해도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건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유 변호사가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일 발표된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선 유 변호사를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영입과 비례대표 선정에 공을 들인 박영선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와의 조율 과정에서 "유 변호사를 명단에 올리지 않으면 최고위원과 의원직까지 버리겠다"고 강하게 압박하며 줄다리기를 벌였다. 최고위원회는 유 변호사를 전략공천 몫으로 비례대표 16번으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으나 공심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이후 당무위원회에서도 논란 끝에 부결됐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위해 영입한 이재화 변호사는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당선과 거리가 먼 30번을 받았다. 결국 박 최고위원은 21일 "(공천을 좌우하는) 민주당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자제할 때가 됐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노동계 영입 케이스인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당초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26번을 제안 받자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지역구 공천 소외에 반발한 '한국노총 달래기'에 몰두한 나머지 민주노총 출신인 이 전 위원장이 소외된 셈이다.
재벌 개혁을 위해 영입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도 수도권에 전략공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낙천했다. 그는 앞서 전주 덕진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지도부의 요청으로 수도권 지역으로 유턴했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다.
19대 총선에 앞서 민주당이 내세운 '검찰 개혁', '노동 배려', '재벌 개혁' 등을 주도할 인물이 이들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공천 과정에서 '계파간 지분 챙기기'의 희생양으로 전락시킨 민주당이 과연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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