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만큼 가격을 종잡을 수 없는 제품도 드물다. 유통업체들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할인행사를 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같은 제품인데도 유통업체별로 값이 제각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스크림의 기형적 가격 구조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일부 제품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인하하고 나선 것. 결과적으로 가격 거품을 빼고 비정상적 할인폭도 낮추게 될 이 같은 움직임이 전 품목으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달부터 '셀렉션' '티코' '조안나바' 등 8,000~7,000원 하던 일부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내려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삼강도 최근 '구구크러스트'와 '베니스홈' 가격을 3,000원 낮춰 5,000원에 팔고 있다. 빙그레도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고, 해태제과는 소비자와 유통 업체들의 반응 파악에 나섰다.
이번 가격 인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실제 아이스크림은 편의점에서 권장 소비자가격 그대로, 대형마트는 소비자가의 20~30%, 동네 슈퍼는 무려 50~70%를 할인해 팔았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소비자들로부터 '도대체 제조 및 유통업체들은 얼마의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았다"며 "이번 가격 조정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그 동안 유통업체별 특성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하다고 주장해 왔다. 슈퍼마켓의 경우, 대형마트에 뺏긴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느라 출혈을 감수하며 파격할인을 하는 데 반해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을 끌 여지가 충분한 대형마트는 굳이 싸게 팔지 않는다는 것. 또 구매 직후 녹는 특성 때문에 집과 비교적 거리가 먼 마트의 경우 아이스크림매출이 적어 할인율도 낮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가격 인사를 놓고 유통업계는 권장 소비자가 인하에 따른 마진 축소를 우려하며 "일부 제품에 시범적 실시되는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는 크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생산 후 유통과정을 거치며 왜곡됐던 가격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반값 할인' 등 소비자를 기만했던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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