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4ㆍ11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결정된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과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공천 취소를 요구했으나, 결국 이 원장만 낙마하고 이 교수는 살아남게 됐다. 두 사람은 '청와대 몫'으로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내에선 '새누리당이 청와대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 이 교수를 살리는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교수의 공천 취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비대위가 이날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이 원장의 공천 재의를 공직후보자추천위에 요구한 것은 예고된 일이었으나, 이 교수 비토론까지 제기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김종인 비대위원 등은 '이 교수는 MB노믹스 추진에 참여한 데다, 경제민주화 등 당의 새로운 정강정책과 배치되는 경제관을 갖고 있어서 부적격자'라면서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근혜 위원장은 "이 교수까지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비대위가 공천위 결정에 일일이 반대하면 공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 교수를 옹호했다.
공천위 관계자는 "이 원장에 대해선 '청와대가 강하게 추천해 공천하지만 공천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점을 청와대에도 미리 알린 상태였다"며 "하지만 이 교수까지 낙마시키면 당ㆍ청 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을 박 위원장이 우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당초 청와대 몫의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대신 투입됐다는 설이 있다.
박 위원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이 원장과 이 교수 모두의 공천 취소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공천위는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두 사람의 공천 취소 문제를 논의한 끝에 이 원장의 공천 취소를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그러나 공천위는 "이 교수가 MB노믹스 입안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 교수를 공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편 김종인 비대위원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원은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당의 새로운 강령인 '경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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