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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은폐/ "靑비서관 혼자 했겠나"… 진짜 몸통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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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은폐/ "靑비서관 혼자 했겠나"… 진짜 몸통에 의혹

입력
2012.03.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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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그 사건의 은폐를 주도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 지목된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스스로 '사건의 몸통'이라고 자백했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권력 사용(私用)으로 국기를 흔들 정도의 폭발성을 지닌 사건이 일개 청와대 비서관의 기획과 실행으로 가능했겠느냐는 기초적인 의문이 가시지 않으면서 오히려 배후에 있을 법한 '진짜 몸통'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운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이후)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며 "자료 삭제에 관한 한 내가 바로 '몸통'이며 관련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연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사정(司正) 조직을 총리실에 설치하는 것이 청와대 비서관 혼자서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많다. 더욱이 총리실 공직지원윤리관실은 공식 정부 조직이지만 운영은 철저히 비공식으로 운영됐다.

공직지원윤리관실은 2008년 7월 촛불시위 직후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신설됐다. 규정대로라면 총리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 보고라인은 무시되고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의 이영호 비서관에게 바로 보고되곤 했다.

장 전 주무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원관실로 발령받고 처음 나를 청와대에 데려간 진경락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으로부터 '우리가 업무를 하는 곳은 고용노사비서관실이다. 민정수석실에는 업무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비선(秘線)으로 운영됐다는 정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 비서관에게만 보고하자 민정수석실이 문제를 제기해 나중에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의 이 같은 월권은 이명박 대통령 고향인 경북 포항과 영일 출신 인사들의 인맥인 '영포라인'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많다. 이 전 비서관은 물론이고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포함해 장진수 전 주무관 등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42명중 8명이 포항∙영일 출신이고, 17명이 대구∙경북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노총 출신으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외곽조직에서 일한 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뤄졌던 2008년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_정동기 민정수석 체제였지만, 불법 사찰 사건이 불거져 은폐가 진행된 2010년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_권재진 민정수석 체제였다. 임 전 실장은 부임(2010년 7월) 직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 전 관리관과 진경락 전 과장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은 2009년 4월에 현 직책을 맡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이를 은폐한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을 때의 청와대 핵심 실무진은 다르지만 일관되게 청와대 측 관리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권력 핵심의 관여 여부가 이 사안의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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