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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발전기 멈춰선 채 핵연료 인출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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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발전기 멈춰선 채 핵연료 인출 위험천만

입력
2012.03.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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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완전 정전(블랙아웃) 사고는 보호계전기(두꺼비집) 시험을 당초 계획보다 사흘 앞당겨 무단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비상디젤발전기 2대가 모두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핵연료를 인출하고 이 역시 보고를 누락하는 등 원전 안전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빚은 예견된 사고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고리1호기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책임있는 관계자들에 대해 사법기관 고발 조치 등 엄중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위에 따르면 보호계전기 시험은 당초 원자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외부전원 3개 회선 중 2개의 정비를 마치는 2월 11일로 잡혀있었으나, 용역업체의 요청으로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한국수력원자력 현장 감독자는 시험 일자를 임의로 앞당기면서 계획예방정비(2월4일~3월4일)의 모든 절차를 총괄하는 고리원전본부 정비컨트롤센터에 알리지도 않았다. 결국 현장 실무자들의 '무단 시험' 과정에서 용역 직원의 실수로 외부전원이 완전히 끊겼고 가동중인 비상디젤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블랙아웃이 일어났다.

고리1호기 측은 사고를 숨긴 채 계획예방정비를 계속하면서 10,11일 비상디젤발전기 1대는 정비 중, 1대는 고장난 상태에서 위험천만한 핵연료 인출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6일 외부전원 차단 시험 중 비상디젤발전기B가 다시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오후 재시험에서 정상작동하자 점검일지에 이상 없음으로 기록하고 보고를 누락한 사실도 밝혀졌다.

안전위 조사 결과 비상디젤발전기B가 지난달 9일 사고 당시와 이달 15일 성능시험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은 공기공급밸브(솔레노이드밸브) 고장 탓으로 밝혀졌는데, 고리1호기에는 교체용 예비 밸브도 비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밸브 제작사가 망해 생산이 중단되는 바람에 교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안전위는 4월까지 밸브를 비슷한 제품으로 바꾸고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내년 3월까지 비상발전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이밖에 ▦원전 전체에 설치된 디젤발전기 42기 특별점검 ▦원전 정기검사 항목을 57개에서 100개로 확대 ▦원전 파견 안전점검인력을 현재 20명에서 100명으로 단계적 확대 등을 재발방지책으로 제시했다.

강창순 안전위 위원장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안전의식결여"라며 "한수원과 고리원전을 대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문화평가(SCART) 점검을 받겠다"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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