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력공급 중단 사고는 작업자의 과실과 비상 디젤발전기의 고장, 현장의 조직적 은폐 등 총체적 부실ㆍ부정의 결과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사고는 현장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매뉴얼에 따르지 않은 '인적 오류'에서 시작돼 비상발전기의 고장으로 확대됐다. 문병위 당시 제1 발전소장의 조직적 은폐 사실도 짐작 그대로였다.
사고 확인 직후 거론된 모든 짐작이 구체적 사실로 드러난 만큼 "책임 있는 관계자들을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등 엄중 문책하겠다"는 원자력안전위의 다짐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책보다 더 시급한 것은 확고한 재발 방지책을 다듬는 것이라는 점에서 원전 운영주체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의 어깨 또한 무겁다.
상급자 지시와 매뉴얼을 어긴 현장 작업자의 부주의로 외부전원 공급이 중단된 사고 자체도 심각하다. 고도의 전문성과 주의를 요하는 원전 정비ㆍ점검 작업을 이리 가벼이 여길 수 있었던 현장 분위기는 국민적 우려와 분노를 사고도 남는다. 99.99%의 안전을 내세워온 원전 관계자들의 다짐과는 달리 사람이 하는 일에는 부주의가 따를 수밖에 없음이 분명해진 만큼 현장 분위기 쇄신이라는 당면 과제가 던져졌다.
물론 같은 '인적 오류'가 있었더라도 기계적 대응체계만 제대로였다면 문제가 이리 커지지는 않았다. 두 대의 비상발전기 가운데 공기공급 밸브의 결함으로 고장 난 비상발전기 대신 정상인 비상발전기가 분해 점검 대상이 된 것을 단순한 불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의 비상발전기가 사고 직전에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검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기계적 결함 또한 그것을 바로잡지 못한 감독기관의 책임이 커진다.
이번 사고로 커진 국민적 의심은 고리 원전에 그치지 않는다. 사고 이후 곧 수명 연장에 들어갈 월성 1호기도 비상발전기 개량 등의 준비를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분위기 쇄신과 설비 보완 등 확고한 재발방지책 없이는 지우기 힘든 불신이다. 운영주체와 감독기관의 각성ㆍ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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