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서부의 카탈루냐 지방은 500년 넘게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축구 클럽 그 이상'이라는 구단의 캐치 프레이즈에서 바르셀로나의 도도한 자존심을 읽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간판 스타는 아르헨티나에서 건너왔다. 바르셀로나가 지난 2000년 성장 호르몬 장애 치료비를 지원해줄 팀을 찾고 있던 13세의 작은 소년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영광은 없었을지 모른다. 리오넬 메시(25)가 유서 깊은 바르셀로나 구단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요한 크루이프도, 디에고 마라도나도, 호나우두와 호마리우도 바르셀로나에서 지금의 메시 같은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메시는 21일(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열린 그라나다와의 2011~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5-3 승리를 이끌었다. 2004년 1군에 데뷔한 메시는 8시즌 동안 총 234골을 터트리며 세사르 로드리게스가 보유하고 있던 팀 통산 최다 골(232) 기록을 57년 만에 갈아치웠다.
메시는 1-0으로 앞선 전반 16분 이삭 쿠엔카의 크로스를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 세사르의 기록과 동률을 이룬 뒤 다니 아우베스의 패스로 두 골을 추가했다. 메시는 이로써 올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34골을 기록,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ㆍ32골)를 제치고 득점 선두로 나섰다. 최근 7경기에서 17골의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젭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는 사흘마다 자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와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이 불쌍할 따름"이라고 극찬했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메시는 5세 때 외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우연히 축구에 입문하게 됐다. 뉴웰스 올드보이스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던 98년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 진단을 받았고 아르헨티나 경제 침체로 인해 치료비를 대기 어려워진 13세 때 바르셀로나로 건너가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이사진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주저했지만 당시 유소년 아카데미 책임자였던 카를레스 렉사흐의 강력한 추천으로 메시를 영입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놀라운 활약을 거듭한 끝에 2004년 1군에 데뷔했고 8시즌 만에 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메시의 아버지는 입단 테스트를 받은 후 바르셀로나가 미적거리자 다른 팀을 물색했고 이 가운데는 레알 마드리드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렉사흐는 흔들리는 메시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식당 냅킨에 입단을 보장한다는 즉석 계약서를 작성하는 열의를 보였다. 렉사흐가 아니었다면 메시는 다른 팀에서 전설을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2016년까지 계약돼 있다. 13세 꼬마를 영입하기로 한 '순간의 선택'이 바르셀로나의 미래를 결정한 셈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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