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먹이를 차단해 에이즈를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제 후보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이르면 2~5년 내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다.
경희대 약대 김백 초빙교수(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교수)는 21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체내 항바이러스 단백질(SAMHD1)이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논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SAMHD1은 면역세포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김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자기증식을 하면서 유전물질(DNA)을 만들 때 꼭 필요로 하는 구성성분(dNTPs)을 SAMHD1이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논문에서 새롭게 밝혀냈다. 김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양분부터 뿌리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들은 주로 에이즈 바이러스의 DNA 자체를 공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워낙 잦아 약을 쓸수록 효능이 떨어지고 완치가 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반면 김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SAMHD1을 이용한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요한 양분을 차단하는 셈이어서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못하도록 억제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또한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에 널리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신약으로 개발될 경우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에이즈와 같은 난치병은 효과만 인정되면 최대한 빨리 약으로 개발해 환자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2~5년 정도의 임상시험을 거쳐 약효가 확인되면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가 시중에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 연구진과 공동연구로 이루어졌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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