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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마트폰 정치에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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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마트폰 정치에 희망 있다

입력
2012.03.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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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각 정당의 당사는 공천 결과로 무척이나 소란하다. 삭발하는 사람, 피켓을 들고 소리지르는 사람은 물론이요 심지어 약을 먹고 죽으려던 후보까지 있었다. 이런 소란이 선거철마다 재연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인 지망생들이 너무 많아서일까? 공천할 때마다 이렇게 진통을 겪는데 정치는 왜 항상 그모양인걸까?

현대 선거제도의 틀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가 아니라 마차와 증기기관차의 시대에 만들어졌다. 당시만해도 유권자 전체가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선거로 뽑은 대표자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하되 문제가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뒷받침하는 이념이 바로 대의민주주의다.

대의민주주의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치과정은 인간 그 자체만큼이나 불완전하고 때로는 우습기까지 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사진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느낀 첫인상을 기준으로 투표하기도 한다. 호감을 주는 외모가 곧 정치인의 자산이 된 것이다. 그 뿐인가. 정당의 정책 공약을 읽어보거나 후보자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지도 않고 그냥 '감으로' 투표하는 '무지한 유권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은 급속히 추락하는 투표율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미국의 경우, 선거 투표용지에 대통령부터 동네 시의원까지 많은 후보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고 중대 정책안에 대한 선택지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미리 투표할 후보자나 정책안에 관해 공부하고 투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은 또 어떤가. 그들에게는 소시민의 애환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감력, 수시로 현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중앙부처는 물론 동네방네 뛰어다닐 수 있는 막강한 체력과 인맥이 요구된다. 하지만, 실제 정당의 공천은 계파의 이익과 막강한 재력, 그리고 '스펙'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같은 첨단 기술은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잘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최근 모바일 경선을 도입한 정당에서 동원투표 등의 편법을 이용한 사례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 잠재력은 크다.

만약 해군기지 사업, 4대강 사업, 그리고 한미 FTA같은 문제를 여의도와 청와대만 안고 있을게 아니라 모바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했더라면,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갈등상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모바일 국민투표를 하기 전에 찬성측과 반대측이 준비한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웹툰이나 팟캐스트 형식으로 유권자에게 전달한다면 이른바 '반대'와 '강행'이 충돌할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관련법을 개정해서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는 문제다. 비용도 오프라인 선거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에게는 별도의 지원을 하면 된다.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는 장치가 기껏해야 1, 2년마다 다가오는 투표뿐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도 민의를 전달하는 구실을 하지만, 여러모로 눈에 차지 않는다.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조차 선거운동 기간에 약속한 일들을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은 민의를 대변하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권력의 부침에 영합하거나 계파 수장의 오른팔이 되고싶어 한다. 따라서 유권자의 견해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바일 국민투표, 모바일 국민소환, 그리고 스마트폰 선거같은 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어야할 것이다. 만약 스마트폰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언제든 소환할 수 있다면, 국민들은 그야말로 '주인'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하게 된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법을 통과시키는 일은 어려워질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여러분은 투표만 하십시오. 나머지는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식의 풀서비스가 아니다. 유권자들이 평소에도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최대한 넓혀야 그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아랍의 봄'을 열었다면, 스마트폰은 우리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장현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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