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해임된 뒤 중국의 3대 정파 중 하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공청단을 이끄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영향력은 정권 말기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화되는 형국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 전 서기의 라이벌로 여겨졌던 왕양(汪洋) 광둥성(廣東省) 서기의 행보다. 신화통신과 펑황망(鳳凰網) 등 중국 언론들은 21일 왕 서기가 전날 광둥성 간부 회의를 소집해 “당의 기본노선을 견지하며 자기 일부터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후 주석의 ‘과학발전관’을 인용, “과학발전의 새로운 길로 나가기 위해 개혁과 개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왕 서기는 이어 “실력과 경쟁력을 더 키우고 인민들이 발전의 성과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 ‘행복광둥’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후 주석의 오른팔로 공청단의 선두주자인 왕 서기는 ‘공정한 사회, 행복한 광둥’을 기치로 개혁ㆍ개방 확대를 통한 질적인 성장에 방점을 둬 왔다. 분배를 강조한 보 전 서기의 ‘충칭모델’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러나 보 전 서기의 낙마로 ‘충칭모델’이 힘을 잃고, 왕 서기의 ‘행복광둥론’이 각광받고 있다.
공청단의 핵심인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도 20일 푸둥(浦東) 징강산(井岡山) 옌안(延安) 간부학원 춘계 개학식에 참석, “당 간부는 사상의 순결성을 유지하고 항상 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단이 연일 당 간부의 도덕성을 역설하는 것은 보 전 서기의 해임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당국의 조사를 인용, “최근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부시장이 미국에 망명을 시도한 것은 왕 전 부시장이 보 전 서기 가족에 대한 부패 수사를 벌이다 보 전 서기에 의해 제거될 뻔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보 전 서기의 부인이 수뢰 혐의 등으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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