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들이 외국어 우수학생과 과학인재를 선발하는 전형에서 노골적으로 공인영어성적, 올림피아드 수상실적 등을 요구해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흔히 글로벌 전형, 과학인재 전형 등으로 불리는 것인데, 대학들이 손쉽게 특목고 출신 학생을 뽑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20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지역 주요 10개 대학의 2012학년도 수시 입학전형 자료를 중심으로 사교육 유발 영향을 평가한 결과 연세대 글로벌리더 트랙, 고려대 과학특별전형 등 11개의 외국어·과학 우수자 선발전형이 사교육 유발요소가 가장 큰 것으로 꼽혔다. 논술·구술 중심의 일반전형이나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교육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특목고에 유리한 지원자격 ▦영어공인성적 경시대회 등 학교 밖 스펙 요구 ▦면접 논술 등 대학별 고사실시 여부를 기준으로 이 세 가지를 모두 반영하는 전형을 사교육 유발요소가 큰 것으로 분류했다.
외국어 우수자를 뽑는 고려대 국제2-2 전형과 한양대 재능우수자(국제학부) 전형, 중앙대 글로벌리더 전형은 토플과 텝스 등 공인외국어성적이 없으면 지원이 불가능했고 2차에서 영어심층면접은 물론 영어작문능력도 평가했다. 또한 과학 특기자를 뽑는 서강대 알바트로스 전형, 중앙대 과학인재 전형에서는 국내외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요구했고 2차에서 수리과학능력평가를 실시했다. 성균관대 특기자전형은 '국내 고교과정에서 과학에 관한 전문교과를 이수한 자'라고 자격요건을 명시해, 사실상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은 내신과 수능 외에 영어에세이나 수리과학평가 등 이른바 대학별 고사를 따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교육 부담이 가중됐다.
반면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서강대ㆍ중앙대ㆍ한양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서울대), 일반학생 전형(성균관대), 다문화가정자녀 전형(한국외대) 등은 자격요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학생부와 심층면접을 위주로 평가해 상대적으로 사교육 유발요소가 적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현 정부가 대입자율화 정책을 추진한 이후 각 대학들이 특목고 출신의 우수학생을 수월하게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전형이나 과학인재전형에 공을 들였고, 노골적으로 대학별고사를 시행하면서 사교육 부담이 늘었다"며 "대입전형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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