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18대 국회의원이었다면 현역 의원 중 누구와 비슷한 의정 활동을 폈을까.
이를 가늠하도록 해주는 가상 투표 게임이 처음 나왔다.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7개월 간의 개발 작업을 마치고 20일 공개한 웹 사이트 '폴리티즈'(www.politiz.org)다.
게임은 간단하다. 먼저 소속 정당과 선(選)수, 성별, 지역구, 출신 학교, 출생지, 연령, 재산, 경력 등 선택지들을 조합해 8~16명의 18대 의원을 고른다. 예컨대 '경기고ㆍ서울대 출신, 재산 규모 10억~20억원'이란 조건이라면 새누리당의 이종구 이주영 정두언 박진 서상기 유일호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 무소속 강용석 의원 등 8명이 이에 해당한다.
그 다음엔 페이지마다 차례로 나오는 문항들을 읽고 찬ㆍ반 여부를 답해가면 된다. '모르겠다'란 응답도 가능하다. 각 문항은 18대 국회 회기 중 본회의에서 표결된 법안 2,147건 가운데 찬ㆍ반 의견 상대적으로 팽팽했던 16개 쟁점 법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 천안함 침몰에 대한 대응, 4대강 사업, 신행정수도 건설 등 여ㆍ야가 대립각을 세웠던 다양한 이슈가 포함돼 있다.
투표를 마치면 자기와 투표 성향이 유사한 의원이 표시된다. 가령 법안에 모두 찬성했다면 새누리당 이종구(서울 강남 갑) 의원과 가장 비슷한 투표 성향을 띠는 셈이다. '이종구 70%, 정두언 64%, 이주영 64%' 같은 식으로 자신의 정책 내지 정치적 입장과 닮은 의원들을 찾아낼 수 있다.
또 이 사이트는 사용자ㆍ의원 간 투표 성향 유사도 뿐 아니라 비슷한 투표 성향을 가진 의원들도 확인할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2008~2011년 국회의 각종 투표 결과에서 같은 당 이인기 성윤환 김태환 의원, 자유선진당 김용구 이영애 의원, 최문순 전 민주당 의원(현 강원도지사) 등과 유사한 투표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의원의 경우 같은 당 정동영 김영진 원혜영 조정식 의원,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 새누리당 권영진 의원과 정책적 입장이 가까웠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이진삼 임영호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용희 의원,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등은 여ㆍ야 사이에서 독립적 성향을 보였다.
4ㆍ11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개설된 이 사이트는, 규모가 방대하고 의미 파악이 어려운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해 보여주려는 취지로 시작된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만재 융기원 특임연구위원은 "국민이 의정 활동을 간접 체험하고 의원들이 한층 책임 있는 투표 활동을 하도록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융기원은 안철수 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해 10월 말까지 기관장을 겸직하던 곳으로, 2008년부터 경기도에서 매년 도비 35억원을 지원 받고 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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