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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관리하는 한수원 부품 수조차 정확히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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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관리하는 한수원 부품 수조차 정확히 몰라

입력
2012.03.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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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총 21기. 이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은 애초 주로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2000년대 들어 정부는 강도 높은 부품 국산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부품국산화율이 크게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높아진 건 국산부품의 숫자뿐.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몇몇 업체를 지정, 부품개발을 지원하고 개발한 부품을 쓰다 보니 사실상 해당업체의 '밥줄'을 한수원이 틀어 쥐게 된 것이다. 유착구조와 비리가 싹트는 건 당연했다.

작년 11월 실시한 감사원의 한수원(고리원전 포함) 감사결과를 보면 허술한 관리와 비리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2008년 당시 고리 제2발전소(고리 3ㆍ4호기 운영)에 근무하던 신모 과장은 폐기대상 부품을 협력업체인 H사에 반출했다. H사는 이 부품을 사용해 만든 터빈밸브작동기를 새 것인 것처럼 속여 납품했지만 전혀 적발되지 않았다. 납품된 밸브 작동기를 검수하는 사람이 바로 폐기대상부품을 빼돌린 신 과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3년간 이렇게 엉터리로 만든 터빈밸브작동기 7대, 총 32억원어치를 납품했다. 밸브작동기는 원전에 공급되는 증기량을 조절하는 설비로, 고리원전 3ㆍ4호기에 각각 20대가 설치돼 있다.

허술한 부품관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수원 측은 모든 부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보통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은 볼트나 너트 같은 단순부품까지 포함할 경우 약 4만 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한수원 관계자는 "전체 부품의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리원전 발전기 시설과 부품 등에 대한 유지, 정비, 보수업무는 외부 정비업체가 맡고 있는 상황. 원전 관계자들은 관리감독만 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외부 정비업체들이 검사를 하고 우리는 관리감독만 하기 때문에 정비업체 인원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고리1호기 정전사고도 결국은 부품이 문제였다. 비상디젤발전기 부품인 공기흡입밸브에 이물질이 들어가 정작 긴급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12분간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던 것. 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밸브에 이물질이 낄 정도라면 그 전에 공기 중 이물질을 거르는 공기 필터도, 공기를 압축하는 컴프레셔도, 공기를 보관하는 공기 탱크도 문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물질이 공기 중의 수분에 의한 이끼 성분이라면 비상디젤발전기 가동을 자주 시험 안하고 공기 중의 수분 제거를 안 해서 그런 것인데 그런 정도의 관리수준이라면 우리나라 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리1호기는 지난해 5월에도 전력차단기 고장으로 운영이 중지됐었다. 이 차단기는 같은 해 2월 안전검사에선 정상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독점 공기업인 한수원과 협력업체 간에는 이미 두터운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이 때문에 납품 받을 때 제대로 품질관리를 하지 않거나 서류상으로만 확인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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