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성직자) 과세 문제가 양대 선거를 앞두고 사회 현안으로 부상했다. 한국일보가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운동에 맞춰 관련 이슈를 보도(3월 3일자 H커버스토리)하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당위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박 장관은 그제 머니투데이 방송에 출연해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국민 개세(皆稅)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며 "종교인 과세 문제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말이 큰 관심을 모으자 재정부는 "과세당국의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당장 올 가을 세제개편안에 이를 반영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관련 보도 후 대부분의 언론이 일제히 종교인 과세를 촉구했고, 보수적 입장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측도 신중하게 타당성을 인정해 이 참에 관련 입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한 종교인 소득세 비과세는 법적 근거조차 없는 어정쩡한 관행일 뿐이다. 오히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해 종교인 비과세 관행이 위법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종교계 일각에선 성직활동이 '근로'가 아닌 '봉사'라며 소득 비과세를 주장하지만, 최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국민 65%가 성직자 과세에 찬성했을 정도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국세청은 2006년 당시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 가능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상황을 방기해왔다. NCCK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운동은 이미 1994년부터 성직자 소득세 자진납부를 하고 있는 천주교계에 이은 기독교계의 뜻 깊은 사회운동이다. 굳이 선거가 부담된다면 여ㆍ야가 공동입장을 내서라도 올 가을 세제개편 때부터 단계적 시행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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