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최근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해 한층 강경한 톤으로 돌아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외교의 창이 좁아지고 있다"며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거듭 내비쳤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가 19일 공개한 가상전쟁(War Game) 결과를 보면 미국은 아직까지 "군사개입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인터널 룩(Internal Look)'이라고 명명된 워 게임을 2주에 걸쳐 진행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기지를 선제 공격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가상 시나리오다. 국방부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이스라엘의 공격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란의 페르시아만 주둔 미군 전함에 대한 미사일 공격→미국의 대규모 보복'으로 전선이 확전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미 행정부 관리는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핵개발을 2년여 정도 늦추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반면 "미군은 200명 이상이 희생될 것"이라고 해 군사행동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국방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항공모함과 정밀유도 미사일 등을 동원한 전면적 보복에 나서는 경우에만 이란 핵프로그램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는 워 게임 결과가 불러올 파장을 우려한 듯 "이번 시뮬레이션은 플로리다의 중부군사령부와 국방부 간 커뮤니케이션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미국이 실제 대 이란공격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NYT는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1년 이내에 공격할 것으로 보고, 미국에 사전 경고 없이 독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선공으로 미국이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20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만들지도 않을 것이란 점을 밝힌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똑같은 수준으로 보복할 것"이라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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