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종이모자전문업체 수앤 이종수 사장/ "리플릿 선캡 아이디어로 신불자 벗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종이모자전문업체 수앤 이종수 사장/ "리플릿 선캡 아이디어로 신불자 벗었죠"

입력
2012.03.20 12:07
0 0

2010년 8월 이종수(53)씨는 경복궁을 거닐고 있었다. 햇살이 유난히 뜨거운 날이었다. 모자가 없는 관광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구에서 받은 리플릿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저 리플릿을 모자로도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시 그는 변변한 직업이 없었다. 사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간다. 10년 넘게 국회에서 일한 그는 원래 아이디어가 많고 추진력도 강했다. 공보기획관 시절 '의정유서'라는 뉴스레터를 처음 기획한 것도 그였다.

어느 날 치과의사 친구로부터 "앞으로는 치과 관련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날 밤 치실 질을 하다 가글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치아세정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이 제품으로 2003년도 대한민국특허대전 금상을 받았다. 이듬해 아예 국회 일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안경클리너 가글티슈 등 후속 특허 제품도 개발했다. 2007년에는 동아제약과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투자제안이 쇄도했다. 모든 게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때 사고가 터졌다. 투자금 중 이른바 '기업사냥꾼' 자금이 있었던 것. 15억 원 빚을 떠안고 연대보증채무로 졸지에 신용불량자까지 됐다.

그 후 2년 동안 '도둑질 빼고' 뭐든 했다. 하지만 특허로 다시 재기하겠다는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경복궁의 여름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는 1년 가까이 종이 접기를 연구했다. 온갖 사이트를 뒤지며 수 천장의 종이를 접은 끝에, 모자로 쓸 수 있는 리플릿 제작에 성공했다. 바로 디자인 특허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이때부터 발로 뛰었다. 고려대학교 응원단에서 처음 연락이 왔다. 응원가를 담은 리플릿 2만장을 제작해달라는 것. 이 제품은 작년 가을 고연전에서 화제가 됐다. 신기해서 너도나도 블로그에 사진을 올린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촌치킨이나 롯데리아 등 일반기업에서도 상시 판촉물로 사용하겠다고 했고, 서울랜드나 대한축구협회, 서울시 생활체육회 등 공공기관도 홍보 리플릿으로 쓰겠다고 했다. 모자뿐 아니라 가면이나 비행기 등으로 응용한 제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올해 열리는 안동국제탈춤 페스티벌에서는 리플릿 탈과 모자 접어주기를 아예 행사의 하나로 채택한 상태다.

그는 현재 종이모자전문업체인 ㈜수앤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여수 엑스포다. 수 천만 명이 찾는 행사인 만큼 마케팅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각국의 국기를 꽂을 수 있는 개회식 리플릿을 만들어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실무자 반응은 좋은데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동석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창의성이 뛰어난 중소업체 제품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내용. 그는 "전통적인 종이접기 놀이를 사업으로 승화시킨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며 "100여개에 달하는 지역 축제와 각종 스포츠 경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성장성이 무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