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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자료 삭제 지시… 내가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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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자료 삭제 지시… 내가 몸통"

입력
2012.03.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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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배후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10년 검찰의 이 사건 수사 당시 총리실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이를 실행한 장진수(39)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씨는 그러나 "수사 방해 목적의 증거인멸이 아니며, 금품 전달도 선의의 지원"이라며 불법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소속이었던 이씨의 증거인멸 및 금품 전달 시인으로 증거인멸에 개입한 또 다른 배후와 금품의 출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기정사실화됐다.

이씨는 20일 오후 5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법사찰 사건 수사 이후)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자료 삭제에 관한 한 내가 바로 '몸통'이며 관련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최근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장씨에게 2,000만원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러나 "하드디스크에 불법자료가 있어서 삭제를 지시한 것이 아니고, 정부부처의 중요자료 등이 외부로 유출돼 국정 혼란이 야기될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장씨에게 건넨 돈도 회유 목적이 아닌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한 선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총리실의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불법사찰에 대해서는"김씨를 (민간인이 아닌) 공기업 임원으로 오인하여 우발적으로 빚어진 사건으로, 청와대나 내가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의 주장과 달리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불법사찰 사실의 청와대 보고 여부, 증거인멸과 관련한 청와대의 또 다른 연루자 존재 여부, 장씨에게 입막음 목적으로 건네진 1억1,000만원의 출처 및 전달 경위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건 없다"며 "수사는 일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 장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13시간 동안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취재진에게 "진실은 밝혀져야 된다.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고 밝힌 장씨는 2,000만원을 자신에게 선의로 줬다는 이씨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의 변호사는 "추가 폭로할 것이 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공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윗선'을 밝힐 수 있는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사팀에 특수부 검사 1명을 추가 투입해 모두 6명으로 보강한 검찰은 21일 장씨를 한 차례 더 소환할 방침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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