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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 유통혁신에 달렸다/ <상> 오창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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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 유통혁신에 달렸다/ <상> 오창농협

입력
2012.03.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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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농산물 허브를 꿈꾼다

농협이 51년 만에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을 분리(일명 신경분리)해 새롭게 태어났다. 농협은 금융사업에 치중하느라 농협의 본연의 임무인 조합원 농산물 판로를 개척하는 경제사업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으나 이제 그 같은 제도적 제약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농민도 세계와 경쟁하게 되면서 농협이 유통 영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농민을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유통사업을 일신해 농민에게는 고소득을 안겨 주고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농산물을 제공하는 모범 조합을 소개해 향후 농협 유통사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껍질을 깎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물로 씻지 않아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사과.

이런 사과가 충북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에 자리잡은 오창농협 청원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출하되고 있다. 1층 3,465㎡, 2층 600㎡ 규모의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는 2009년 8월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센터로 인증 받았다. 이 유통센터에서 나온 사과는 소금물을 전기분해한 전해수로 세척해 표면 오염물질에 대한 세척률이 97%에 이르고 살균력도 높아 잘 상하지 않으며, 씻지 않고 먹어도 된다. 또한 이 곳에서는 전해수를 이용해 거품을 일으켜 감자, 고구마는 물론 채소류를 세척하는 최첨단 친환경 시설도 갖추고 있다. 오창농협은 연간처리 능력 3만톤인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발판으로 2014년 친환경농산물 매출 목표액을 3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우리나라 최고의 친환경 농산물 물류허브로 자리매김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오창농협이 친환경농산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4년 SK그룹이 오창농협에 "임직원들에게 친환경농산물을 냉장택배로 공급해달라"는 제안을 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때 SK그룹 한 계열사 사장이 "앞으로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고, 미래 트렌드를 감지한 오창농협은 즉시 4억원을 들여 825㎡ 크기의 농산물집하장 시설을 친환경농산물센터로 개조했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해 친환경농산물 유통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2007년 현재의 유통센터를 짓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해 사업 승인이 났다. 오창농협은 2008년부터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설비 설치비 등 86억원을 들여 센터 건립에 착수 2009년 8월 유통센터를 준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오창농협이 친환경농산물 유통 사업에 주력한 것은 적중했다.

2005년 5월 시작된 SK와의 농산물 공급 협력사업은 그 해 매출액이 7억원에 그쳤으나 매년 증가해 2010년 55억, 지난해 75억원을 달성했다. 회원도 사업 초기 1,000명이 안 됐지만 지난해 1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오창농협은 또 학교급식에서 친환경농산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2009년부터 청원군 내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친환경급식을 시작했다. 오창농협의 예측대로 사업 착수 이듬해인 2010년 친환경농산물 공급금액은 1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100억원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오창농협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물류거점 역할을 한 유통센터 외에도 관내 친환경인증 생산농가 470여 곳과 계약재배를 통해 양곡, 시설채소와 축산 제품 등을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원이었고 올해와 내년 목표는 각각 200억ㆍ250억원이다. 초기 투자비용 탓에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는 2010년 9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도 2억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50억원의 매출과 함께 3,000만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오창농협은 친환경농산물 유통에 집중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10년 전국친환경농업대상 소비유통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오창농협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직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조합원은 2,280명에 이른다. 강신택 오창농협 조합장은 "농민에게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는 게 주 목표로 생산 대비 유통량이 적은 친환경농산물을 유통시키는 대표적인 농협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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