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은 원소번호 2번 또는 풍선에 주입하는 가스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의료나 과학 실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질이기도 하다. 수소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원소이지만, 최근 과학계는 실험에 쓸 헬륨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한 헬륨 부족 현상의 실상은 이렇다. 영국 러더폴드 애플턴 연구소는 최근 핵심 실험 중 하나인 물질 연구 실험을 헬륨 부족 때문에 중단했다. 헬륨은 원자를 영하 270도까지 냉각해 그 움직임을 억제시킬 수 있어 물질을 관찰하는 실험에 필수적으로 쓰이는데, 재고를 모두 소진하는 바람에 실험이 중단된 것이다. 이 연구소는 실험을 위해 하루 유지비가 3만파운드(5,330만원)가 들어가는 중성자빔 장비를 갖추고 있어, 헬륨 부족 때문에 실험을 열흘 멈추면 5억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실험실만 고충을 겪는 것이 아니다. 헬륨은 냉각이 쉬운 물성 때문에 초급속 냉장고나 초전도 자석 등에 쓰이는데, 초전도 자석은 입자가속기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널리 이용된다. 짐 와일드 셰필드대 교수는 "헬륨이 없으면 상당수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불행하게도 멀지 않은 미래에 헬륨 부족에 따른 위협이 현실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싼 값에 조달할 수 있었던 헬륨이 파티용 헬륨 풍선의 수요가 늘면서 갑자기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러더폴드 애플턴 연구소 실험 책임자 올레그 키리체크는 "헬륨을 파티 풍선에 주입해 공기 중으로 다 날려 버리는 걸 보면 화를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6년 헬륨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로버트 리차드슨 미 코넬대 교수는 "실질가치를 감안하면 헬륨 풍선 하나에 75파운드(13만3,000원)의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영국에서 헬륨 풍선 200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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