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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강남' 편견을 깼더니… 역발상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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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강남' 편견을 깼더니… 역발상의 성공

입력
2012.03.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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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말. 수입자동차 '재규어-랜드로버' 판매 사업을 준비하던 류인진(51) UK모터스 대표는 수입차 전시장 터로 적당한 곳을 찾느라 두 달 가까이 서울 곳곳을 살피러 다녔다.

SK그룹에서 10년 가까이 수입차 업무를 했던 그는 강북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맘 먹었었던 터. 류 대표는 "수입차는 구매력 있는 계층이 주된 고객이다 보니 수도권 수입차 전시장의 90%가 강남과 경기 분당에 몰려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강남은 주차장이나 전시장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접근성만 확보하면 오히려 강북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용산구 한남동이었다. 한남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남이고, 강변북로가 코 앞이라 인천, 경기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올 수 있는 곳이다. 또 옛 단국대 땅에 들어선 최고급 아파트 '한남 더 힐'이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의 구매력도 높은 편이었다. 평창동, 성북동 등 '전통 부촌'도 강남보다 훨씬 가까워 졌다.

그는 빌딩 선택에도 심사 숙고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일신빌딩. 2010년 '한국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물이다. 원로 건축가 우시용 시공건축대표가 대학 1년 선배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의 의뢰를 받고 지은 이 건물은 전통 사찰의 빗살모양 문살과 LED 조명의 어우러짐으로 완공되자마자 큰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건물 안에는 백남준, 베르나르 브네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 수 십 점이 전시돼 있고, 갤러리도 있다.

실제로 이 건물은 많은 수입차 회사나 딜러들로부터 전시장으로 러브콜을 받았던 곳. 그러나 여러 조건들이 맞지 않아 무산됐고, 건물주 측은 레스토랑 오픈을 위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류 대표는 "(건물주에게) 왜 강남 아닌 강북을 선택했고 이 곳이 수입차 전시장으로서 어떤 장점을 지녔는지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며 "재규어-랜드로버의 고급스런 브랜드 이미지가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건물주의 뜻과도 맞아 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입차가 강북에서 팔릴까'하는 선입견은 사라지지 않았다. 류 대표는 "일 잘한다는 강남의 영업 사원들을 영입하려 했지만 강북은 차 팔기 어려울 것이라며 거절했다"며 "그래서 경력은 짧지만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을 써보자 맘 먹었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큰 활약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아나운서 양성 전문 교육기관에서 발성, 표정, 대화 요령 등을 교육받게 했다.

지난해 5월 어렵게 전시장 문을 열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많은 직원들이 "역시 강북은 안되나"하는 허탈함에 빠졌다. 하지만 류 대표는 "브랜드와 건물의 특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 마케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류 대표는 건물 내 갤러리의 도움을 얻어 '예술과 자동차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국내 유명 작가 작품을 전시장에 선보이는 행사를 열어 손님을 유도했다. 또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고객을 겨냥해 두 달 동안 '미술교실'을 열었다. UK모터스 관계자는 "아이들은 미술 수업을 받는 동안 부모들은 자동차를 보고, 시승을 하도록 하는 컨셉이었다"며 "수업 연장 요청까지 들어올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남동 전시장은 지난해 4분기 전국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 가운데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강남과 분당 전시장을 모두 제쳤다. 3분기와 비교하면 판매량은 무려 2배 이상 늘었다. 류 대표는 영국 본사로부터 '지난해 4분기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달성한 딜러'로 뽑혀 부부 동반 인도 여행까지 다녀왔다.

그는 "강남에 전시장을 고집했다면 오히려 실패했을 수도 있다"며 "역발상이 오히려 성공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포화상태 강남을 벗어나 강북에서 성공을 해야 안정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다"며 "한남동 전시장의 성공은 수입차를 떠나 하나의 성공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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