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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공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출판 기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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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공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출판 기념 간담회

입력
2012.03.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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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운영위원, 이종태 시사인 기자와 함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부키 발행)를 냈다. 장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구호가 복지, 일자리, 경제민주화다. 제1 당이 슬로건으로 내걸 만큼 시대의 화두가 된 복지 문제를 더 심화시켜보자는 생각에서 썼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2005년 공저 <쾌도난마 한국경제> (부키)에서 당시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과 금융자본주의,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스웨덴식 복지국가를 제시한 바 있다. 신간은 그 연장선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경제 상황을 소개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담고 있다. 장 교수는 "7년 전 <쾌도난마> 를 낼 때만 해도 국내에 복지 담론이 전무했다"며 "최근 여야 할 것 없이 복지 담론을 말하지만,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따로 논의한다. 이 책은 복지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의 기본 정책은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주주자본주의 노선을 유지해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시장주의에 경도돼 정부 산업정책을 축소하고, 주주자본주의에 친화적이며, 공기업 민영화에 찬성한 '좌파 신자유주의'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원조 우파 신자유주의'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중소기업 몰락 등 한국 경제 문제의 근원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꼽는 국내 진보진영 분석과 동일하다. 장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금융시장 개방 등 굉장히 위험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1년만 늦게 왔어도 우리나라는 망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이 최근 제조업을 부활시킨다고 국민투자은행을 설립하려 하는데, 그 모델이 독일, 일본, 한국이에요. 영국의 모델이 우리 기업은행인데 이것마저 팔려고 합니다.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저자들이 여타 진보진영 학자들과 갈라지는 지점은 경제민주화와 재벌 해체를 보는 시선이다. 이들은 소액주주운동, 재벌개혁운동 등 진보진영의 대안에 대해 '진보의 착각'이라고 비판한다. 오히려 글로벌기업, 금융자본의 침투에 맞서 국내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금융규제가 필요하며, 재벌 기업에 경영권을 확보해주는 대신 일자리 창출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정승일 위원은 "공정성은 다면적인 개념이다.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가가 재벌기업의 경영을 돕는 박정희식 경제모델이 공정할 수 있지만, 국내 산업으로 한정시켜 보면 중소기업에 불공정한 룰이 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말할 때 이 부분이 간과된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보편적 복지 국가의 실현. 이들은 가난한 사람만 골라 시혜를 주듯 지원하는 미국, 영국식 복지를 선별적 복지라고 지칭하며 생산과 복지가 긴밀히 연결돼 선순환하는 생산적 복지와 구분한다.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이 시행하는 생산적 복지는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라고도 불린다.

장 교수는 "국내 복지 논의에 좌우파 모두 포퓰리즘적 경향이 있다"며 "좌파는 복지에 필요한 세금 징수를 말하지 않고, 우파는 부자도 무상 혜택을 받는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우파에선)무상급식을 하면 이건희 회장의 손자도 공짜로 밥을 먹게 돼 문제라고 하지만, 무상급식을 하려면 이건희 회장 같은 이들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하니 그 손자는 남들보다 몇 배 더 많은 밥값을 내고 먹는 겁니다.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부자들이 돈을 더 내야 하는데, 마치 부자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처럼 왜곡되고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 실현에는 세금과 시간이 투여돼야 한다.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 수준까지 올리려면 연간 약 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한국이 이탈리아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150조원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저자들은 보편적 복지에 드는 세금을 '공동 구매' 비용으로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자꾸 조세부담률이란 말을 써서 국민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데, 그 가치에 상응하는 혜택이 오니까 부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EU FTA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1등 국가가 되는 걸 포기한 조약"이라 비판하며 "비준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그나마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복지국가를 강화해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재교육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는 초판 5만부가 출간된 19일 재판 5만부 인쇄에 들어갔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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