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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옛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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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옛일

입력
2012.03.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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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 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나라의 허가를 받아 개인이 운영하는 우체국을 별정우체국이라고 하죠. 시인님, 꼭 우체국을 내셔야겠어요. 봉투를 구하실 필요는 없겠어요. 봉투에 넣지 않은 채로 우리에게 강의 아침 안개와 초저녁의 별들과 마을 언덕의 싸락눈 덮인 풍경을 보내주셨어요. 주소도 가르쳐 드리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내셔야겠어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만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쇼핑몰과 원자력 발전소와 군사 기지를 내고 싶어하는 마음만 간절한 이들에게는 매일매일 보내주세요. 그런 류의 간절한 마음은 옛일이 되도록! 우체국을 내신다면 우리 중 몇몇은 우편배달부가 되겠어요. 그땐 가르쳐주시겠어요? 봉투 없이도 이 순하고 고요한 풍경을 배달하는 놀라운 재간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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