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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새내기들, 공익 변호 '희망 통장'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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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새내기들, 공익 변호 '희망 통장' 만들다

입력
2012.03.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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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배의철(34ㆍ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는 얼마 전 강남구 역삼동에 개인 공익법률사무소를 열었다. 100% 공익 활동만 하며 사건 수임료는 전혀 받지 않는 공익변호사를 표방한 것이다. 배 변호사는 대신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 승소금액의 10% 가량을 기금으로 조성해, 자신과 같은 활동을 하는 공익변호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생각이다.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들을 위해 안정적 재정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그의 구상은 지난해 처음 싹을 틔웠다.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공부 한 연수원 41기를 중심으로 공익법률기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공익변호사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기금을 조성해야겠다는 이들의 생각에 연수원 내 인권법학회 회원, 기독교를 믿는 법조인 모임인 신우회 회원들이 적극 동참했다. 지금까지 540명이 넘는 법조인들이 앞으로 3년 동안 기금에 자발적 기부를 약속했다. 이대로라면 3년 후에 4억원 넘는 후원금이 적립될 전망이다. 배 변호사는 "처음에는 연수원생이라는 신분과 사법연수원이라는 공간의 제한이 있어 동료와 선후배 법조인에게 후원을 요청하는 수준이었다"며 "앞으로는 일반인도 후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4월 중순 공익법률기금으로 정식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익법률기금이 발족할 경우, 이는 사실상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조성되는 공익변호사 지원 민간기금으로 기록된다.

공식 발족 전이지만 공익법률기금은 이미 공익변호사 후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1,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배 변호사를 비롯해 연수원 41기 동료이자, 최근 지난 2월 창립한 비영리 공익인권변호사 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이하 '희망법')에 둥지를 튼 류민희(33) 김동현(31) 변호사 등 3명이 첫 수혜자다. 세 변호사에게는 앞으로 3년 동안 기금에서 매달 250만원 정도가 전달될 것이라고 한다. 공익법률기금은 이미 공익변호사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 법조인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심사 등을 통해 기금 지급 대상자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공익법률기금 발족 소식에 기존 공익전담 변호사들은 환영하고 있다. 현재 공익변호사 단체로는 '희망법' 외에도 2004년 '아름다운재단' 소속으로 발족한 국내 첫 비영리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과 지난해 1월 발족한 공익법센터 '어필' 등이 있지만 모두 자체 기부와 후원금 모집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법'의 조혜인(32)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는 재정 문제가 가장 어려운 점인데 기금 후원을 받게 되면 그런 고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법률기금 활동은 단순히 공익변호사 재정 지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공익변호사 단체를 만들어 공익변론 활동에 나서고, 공익변호사 네트워크를 만들어 협업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또 공익변호사가 세금면제 등 비영리활동에 따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제도적인 문제도 개선해 나간다는 구상을 세웠다. 배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단체는 비영리단체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데다 사건 수임을 하려면 개개의 변호사들이 NGO 형태로 모여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법에 비영리공익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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